[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혜택을 조사 시점과 반복 위반 여부에 따라 차등화한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진신고한 1순위 사업자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는 대신 75%만 감경받게 되고,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감면 제한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혜택을 조사 시점과 반복 위반 여부에 따라 차등화한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진신고한 1순위 사업자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는 대신 75%만 감경받게 되고,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감면 제한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사진=미디어펜
공정위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개정안도 10월 13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가 담합 사실을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할 경우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는 동시에 담합 참여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려 카르텔 형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번 개정은 자진신고 시점과 사건 처리에 대한 기여도를 감면 수준에 반영하는 한편, 반복적으로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감면 혜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공정위 조사 개시 전 1순위 자진신고자는 현행대로 과징금 전액 면제를 받는다. 반면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신고한 1순위 사업자는 과징금 75% 감경으로 혜택이 줄어든다.
현재는 조사 개시 전후에 관계없이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 면제 혜택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조사 전 자발적으로 담합을 신고한 경우와 이미 공정위가 혐의를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한 뒤 신고한 경우에는 사건 처리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봤다.
조사 개시 전 신고와 조사 후 신고의 혜택을 차등화해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담합을 유지하면서 신고를 미루는 유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반복 담합에 대한 감면 제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자진신고 감면을 받거나 담합으로 제재받은 사업자가 5년 이내 다시 담합을 한 경우 감면을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5년이 지나더라도 10년 이내 반복 담합이면 감면 혜택을 절반으로 줄인다.
이에 따라 조사 개시 전 1순위 자진신고자의 과징금 면제 혜택은 50% 감경으로, 조사 개시 후 1순위 신고자의 75% 감경은 37.5% 감경으로 축소된다. 2순위 신고자의 감경률도 기존 50%에서 25%로 줄어든다.
감면 제한이 적용되는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업자가 이후 당해 시정조치에 위반되는 담합을 한 경우에 감면을 제한했다.
개정안은 이 요건을 삭제해 담합으로 제재받은 기업이 이후 새로운 담합을 하면 사업 분야와 관계없이 감면 제한 대상이 되도록 했다. 여러 사업 분야를 영위하는 기업이 기존 제재와 다른 분야에서 담합한 경우 감면 제한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회사분할이나 영업양도를 통한 제재 회피도 차단한다. 기존 담합 사업자가 법인을 분할·신설하거나 영업을 양도한 뒤 새로운 법인으로 담합을 반복하는 경우에도, 해당 담합과 관련된 사업을 합병·분할·분할합병·영업양도 등으로 승계한 사업자에게 감면 제한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반복 담합의 판단 기준도 구체화한다. 공정위의 제재나 자진신고 감면을 받은 뒤 새로운 담합을 합의·실행하거나 기존 담합을 계속하는 경우를 반복 담합으로 명확히 규정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공정위는 관련 시행령 개정에 맞춰 자진신고자 감면고시도 정비한다. 시행령에 새롭게 규정되는 반복 담합 사업자의 감면 제한 기준을 고시에서 삭제하고, 고발 여부 관련 규정도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에 맞게 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2027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정위는 입법·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