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한미 대미투자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국형 원전'의 미국 수출 길이 열릴 전망이다. 1호 프로젝트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후속 사업으로 APR1400를 비롯한 대형 원전 8기 건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원자력 발전소 조감도./사진=웨스팅하우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통상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재정경제부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각각 비공개로 보고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투자 대산 사업과 세부 조건 등을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왔다.
1호 프로젝트로는 223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LNG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이 낙점됐다. 후속 후보로는 미국 내 원전 최대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 등이 유력한 상태다.
대미투자의 구체적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후속 사업으로 거론된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사업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대형 원전 8기 가운데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가 포함될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측은 약 1200억 달러를 원전 8기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는 한국형 APR1400으로 짓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단순 환산하면 원전 1기당 사업비는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 수준이다. 2기를 지을 경우 전체 규모는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삼성∙현대∙대우 등 주요 건설사, 원전 경험 앞세워 美 시장 정조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등을 통해 대형 원전의 설계·조달·시공 경험을 축적해왔다. 삼성물산은 UAE 바라카 원전 1~4호기와 국내 울진·신월성·새울 원전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대우건설도 국내외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원전은 일반 건설사업과 달리 품질인증과 원전 시공 실적이 중요한 만큼, 관련 이력을 지닌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형 APR1400이 미국에 조성되면 국내 원전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한층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가 국내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 등 원전 밸류체인이 사업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한국형 노형인 만큼 국내 건설사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미국 첫 수출 실적을 확보할 경우 향후 현지 원전사업을 비롯해 제3국 원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18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2억9000만 달러보다 64.3% 감소했다. 최근 3년 평균인 230억5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48.4% 줄었다. 같은 기간 중동 수주가 13억 달러로 76.9% 쪼그라든 영향이다.
◆'40조' APR1400 성사 여부에 건설사 촉각
다만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건설 물량과 착공 시점 등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간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관련해서는 5~10% 인수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 중이다. 가격을 공모가 대비 10%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P1000과 APR1400 가운데 어떤 노형이 얼마나 채택될지가 국내 건설사들의 실제 수주 기회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AP1000을 적용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가 닫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노형인 만큼 APR1400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이 맡을 수 있는 사업 범위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사업의 공급망 계약을 주도하게 되면 국내 기업이 따낼 수 있는 기자재 물량과 시공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변수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제3국 업체들도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원전 사업의 세부 조건을 둘러싼 합의 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MOU에는 우선 텍사스 가스발전사업만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보고 이후 한·미 간 최종 조율이 마무리되면 협약 서명과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순방에 동행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전 건설이 현실화되면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는 해외 원전사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APR1400이 포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축적해온 원전 시공 경험을 미국 현장에서 활용하고 현지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