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인테리어·가구 업계가 '프로모션 브랜딩'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올영세일', 신세계 '쓱데이' 등 유통 업계의 쇼핑 공식을 차용해 가을철 이사·신혼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샘의 주방 가전과 생활용품을 가리고 소재의 질감을 강조한 ‘유로 키친’./사진=한샘 제
23일 업계에 따르면 프로모션 브랜딩의 포문을 연 곳은 한샘이다. 한샘은 대규모 세일 행사를 '쌤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모객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3월)에 진행된 쌤페스타의 일평균 주문액은 직전 연도 하반기 행사 기간 대비 19% 증가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특정 시기가 되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의 대형 할인을 기대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효과를 창출한 셈이다.
한샘의 쌤페스타가 흥행하자 경쟁사들도 잇달아 자체 브랜딩에 나서며 맞불을 놓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리바트 혜택 듬뿍 페스타'의 줄임말인 '리듬페스타'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상·하반기 연 2회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로, 가구 및 인테리어 패키지 2000여 종을 최대 20% 할인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나선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이사나 혼수 준비로 200~800만 원 이상을 결제하는 고액 구매 고객에게 3~10%를 추가 할인해 주는 '리듬팩' 제도를 마련해 객단가가 높은 고객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침실, 리빙, 수납 등 주차별로 테마를 나눠 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기획력도 유통 업계와 비슷하다.
LX하우시스 역시 온·오프라인 연계 대규모 할인 행사인 '지인페스타'를 론칭하며 가구 업계의 축제 대열에 합류했다.
가구 업계가 이처럼 유통업계식 쇼핑 축제 포맷을 차용하는 배경에는 얼어붙은 내구재 소비 심리와 주택 거래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가구는 구매 단가가 높고 교체 주기가 긴 대표적인 내구재로, 주택 거래와 입주·이사 수요, 소비심리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올해 들어 전체 소비가 일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내구재 소비는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가구와 가전제품, 승용차 등이 포함된 내구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7.7% 줄어들며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여기에 가구 소비의 선행 지표인 주택 거래량 마저 급감하며 업황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 318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3% 줄어, 6월(-6.8%)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7월 준공 실적이 서울(8.9%)과 수도권(20.9%) 모두 증가로 돌아서며 공급 병목 현상은 다소 완화됐으나, 이 기간 짙어진 거래 위축 여파가 시차를 두고 8월 이동자 수 감소에 반영되며 인테리어 신규 수요를 억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주택 거래 위축과 내구재 소비 침체가 맞물린 상황에서, 가을철 이사나 결혼을 앞둔 확실한 실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한 업계의 절박함이 프로모션 브랜딩으로 나타난 셈이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차원을 넘어, 단기간에 파격적인 혜택을 쏟아부어 당장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을맞이 기획전' 같은 평이한 네이밍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며 "할인 행사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이자 정기적인 대형 축제로 각인시켜 실수요를 선점하는 마케팅 방식이 업계의 새로운 경쟁 공식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