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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노동' 막겠다더니…'근로시간 기록 기준' 없는 현장

입력 2026-09-24 14:04:06 | 수정 2026-09-24 14:10:25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을 바로잡고 '공짜노동'을 근절하겠다며 고강도 현장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근간이 돼야 할 근로시간 기록 및 정산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속 강화'라는 사후 대책만으로는 전산시스템 입력 제한이나 초과근로 신고 억제 등 현장의 음성적 편법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을 바로잡고 '공짜노동'을 근절하겠다며 고강도 현장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근간이 돼야 할 근로시간 기록 및 정산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지침'을 시행하고, 올해 포괄임금 및 장시간 노동 관련 감독을 연 400개소로 대폭 확대했다. 5월 구로·가산디지털단지, 6월 판교테크노밸리, 7월 창원국가산단 등 전국 거점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릴레이 감독을 이어가는 중이다.

1차 기획감독 결과, 오남용 의심 사업장 101개소 중 포괄임금을 활용한 79개소 가운데 34개소에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이 적발됐다. 확인된 체불액만 4억48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적발 성과는 사후 대책에 불과하며, 제도적 허점이 너무 명확히 드러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8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임금대장에 '근로시간 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실제 출·퇴근 시각 등 근로일별 원자료를 어떻게 작성·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근로시간 기록수단 간 충돌 시 처리 기준이나 사용자의 임의 축소·삭제를 막을 변경 이력 보존 의무, 노동자의 기록 확인·정정 요구권 등 핵심 절차가 법적·행정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이같이 객관적인 근로시간 기록 체계가 부재한 틈을 타 사업장 현장에서는 변종 공짜노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창원국가산단 감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은 입력조차 불가능하게 막아두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입력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사의 눈치와 조직 문화가 대표적이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실제 수행한 연장근로를 수당 지급 대상에서 일률 제외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부 지도지침이 기본원칙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근로시간 기록의 객관성을 담보하고 노동자의 정정 절차 및 월별 차액 정산 시점 등을 강제할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익명 제보나 외부 문제 제기가 없는 사각지대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객관적 기록'과 '법정수당 정산'이 실시간으로 연계되는 법적·제도적 프레임워크가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단순히 임금대장에 숫자가 적혀 있는지를 넘어서 △근로시간 기록의 객관성 확보 △사용자의 임의 수정 금지 및 이력 보존 △노동자의 열람·정정 청구권 보장 △사전 미승인 연장근로에 대한 정당한 판단기준 마련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영세·중소사업장에 대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 부담을 이유로 근로시간 기록과 수당 정산이 형식화되지 않도록 사업장 규모와 업종별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HR 플랫폼 지원 및 실태 조사도 요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대책이 단발성 기획감독을 넘어 노동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정산 체계의 법제화'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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