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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은 멀고, 증축은 부담…건설사, 노후 아파트 ‘리뉴얼’ 공략

입력 2026-09-25 08:36:38 | 수정 2026-09-25 08:36:38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재건축 연한에는 이르지만 주차장과 설비, 커뮤니티 등이 낡기 시작한 2000년대 준공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개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증축형 리모델링이 공사비와 이주 부담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건설사들은 구조체를 유지한 채 단지 상품성을 높이는 ‘리뉴얼’로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은 남았지만 상품성이 낡은 2000년대 아파트를 겨냥해 구조체 유지형 리뉴얼이 새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의 넥스트 리모델링 상품 구성 이미지./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기존 지하·지상 구조체와 가구 수를 유지하면서 외관과 설비, 커뮤니티 등을 개선하는 주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증축을 통해 면적과 가구 수를 늘리던 기존 리모델링에서 벗어나 공사 범위와 사업기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리뉴얼이 겨냥하는 대상은 골조의 물리적 수명보다 상품 노후화가 먼저 나타난 아파트다. 2000년대 준공 단지는 이전 아파트보다 설계와 마감 수준이 높아졌지만 최근 신축과 비교하면 주차와 조경, 커뮤니티, 스마트홈 등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생활 불편은 커졌지만 상당수 단지는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에 이르지 않았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동안 배관과 설비를 부분적으로 교체하는 장기수선공사 외에는 단지 전체의 상품성을 높일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던 셈이다.

노후주택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준공 20년을 넘긴 주택은 1129만4000가구로 전체 주택의 56.0%를 차지했다. 준공 30년 이상 주택도 618만1000가구로 30.6%에 달했다.

기존 증축형 리모델링은 재건축 연한 전에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주거전용면적을 늘리고 기존 가구 수의 15% 이내에서 가구를 추가해 일반분양 수익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증축에 따르는 비용과 절차다. 수직·수평 증축을 위해서는 구조안전성 검토와 안전진단, 골조 보강을 거쳐야 한다. 공사기간에 주민이 이주해야 해 이주비와 금융비용도 발생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제한적인 반면 공사비 상승분은 조합원이 분담해야 해 사업성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최근 주택법 개정으로 상가 증축과 재배치, 가구 분할이 허용되고 사업계획 승인 동의율도 75%에서 70%로 낮아질 예정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상 문턱은 낮아졌지만 구조보강과 이주, 공사비 부담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 속도도 더디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83곳, 7만3120가구다. 이 가운데 공사 단계에 들어간 곳은 청담건영과 신답극동, 상록타워 등 3곳·665가구로 전체 추진 물량의 0.9%에 그쳤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담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청담건영은 3.3㎡당 공사비가 당초 687만 원에서 1137만 원으로 상승했다. 산본 우륵아파트는 조합과 시공사가 각각 제시한 3.3㎡당 공사비 650만 원과 75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앞두고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

시공사 제시안이 적용되면 우륵아파트 전용 59㎡ 소유자의 추정 분담금은 3억 원에서 3억5400만 원으로, 전용 84㎡는 3억4800만 원에서 4억22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재건축보다 빠르고 저렴하다는 리모델링의 장점이 공사비 상승으로 약해진 것이다.

이러한 빈틈에서 등장한 것이 구조체 유지형 리뉴얼이다. 건물을 철거하거나 수직·수평으로 증축하지 않고 단지별로 필요한 시설을 선택해 개선한다. 구조체에 손대는 범위를 줄여 안전성 검토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공사도 2년 안팎에 마치는 것이 목표다.

증축형 리모델링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은 아니다. 가구 수와 면적을 늘리지 않아 일반분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업비는 기존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 대신 주민이 원하는 범위에 맞춰 공사 규모와 분담금을 조절할 수 있어 면적 확대보다 생활환경 개선을 우선하는 단지에 적합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넥스트 리모델링’을 선보인 뒤 2000년대 초·중반 준공 아파트 12곳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해 3월에는 2000년 준공된 서울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조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구조체를 유지하면서 마감과 설비, 커뮤니티를 개선하고 래미안 브랜드와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입주민이 이주하지 않고 공사하는 ‘더 뉴 하우스’를 추진한다. 거주 구역과 공사 구역을 단계별로 나눠 외관과 조경, 설비, 유휴공간을 개선한다. 지난해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사업 공개 행사에는 25개 관심 단지 관계자가 참석했다.

삼성물산이 조합을 통해 단지를 신축급 상품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현대건설은 무이주와 공사 절차 간소화에 힘을 실었다. 방식은 다르지만 증축형 리모델링의 공사비와 이주 부담을 낮춰 재건축 전까지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방향은 같다.

아파트 주거개선 시장도 가구 수와 면적을 늘리는 증축형, 구조체를 유지하면서 상품성을 높이는 리뉴얼로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리뉴얼이 안착하면 재건축을 기다리거나 대규모 증축을 선택해야 했던 노후 단지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첫 사업의 성과가 관건이다. 반포푸르지오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는 업무협약 단계로 아직 시공계약과 착공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일반분양 수익 없이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분담금을 제시하고 공사 범위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무이주 방식은 공사 중 안전과 소음·분진 등 생활 불편을 관리할 수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을 기다리기에는 생활환경이 낡았지만 증축형 리모델링의 분담금과 이주를 부담하기 어려운 단지가 적지 않다”며 “첫 사업지에서 공사비와 기간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면 구조체를 유지하는 리뉴얼이 노후 아파트 주거개선의 별도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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