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 서버의 고성능·고집적화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 부담이 커졌다. 하나의 서버 랙에 더 많은 AI 반도체가 들어가면서 기존 공랭식 설비만으로 열을 식히기 어려운 영역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바탕으로 대용량 냉각 장비와 액체냉각 솔루션을 확대하며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플랙트그룹의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연면적 2만1800㎡ 규모로 조성되는 신규 생산라인은 2028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곳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등에 들어가는 냉각수 분배장치(CDU)를 비롯해 팬 월 유닛(FWU),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 대형 건축물용 공기조화기(AHU) 등을 생산한다. 플랙트그룹의 15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생산라인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인수된 플랙트그룹의 국내 첫 생산거점이다. 기존 개별 공조 제품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액체냉각과 중앙공조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삼성전자의 제조 역량과 플랙트의 냉각·공조 기술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제품 개발과 생산, 설치,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사업 체계도 구축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구성과 전력밀도, 건물 구조 등에 따라 필요한 냉각 설비가 달라지는 만큼 제품 공급뿐 아니라 설계부터 운영까지 고객 요구에 맞춰 대응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플랙트그룹 신규 생산라인 착공은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인 HVAC 사업의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광주사업장을 AI 가전과 차세대 HVAC 솔루션을 함께 생산하는 첨단 제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커지는 서버 전력밀도… 냉각 장비도 대용량으로
LG전자는 최근 2.5MW급 대용량 냉각수 분배장치(CDU)로 엔비디아의 'DSX 레디 CDU' 승인을 받았다. 앞서 600kW급과 1MW급 제품도 엔비디아 규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대용량 제품까지 추가했다. 엔비디아는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컴퓨팅과 네트워킹, 전력, 냉각 등의 요건을 충족한 제품을 'DSX 레디'로 승인하고 있다.
이번에 승인을 받은 2.5MW급은 고집적 AI 서버에 필요한 대용량 냉각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최신 AI 서버 랙의 용량은 약 120kW로, 이를 20대 단위의 냉각 그룹으로 묶으면 필요한 냉각 용량이 2.4~2.5MW 수준에 이른다. 이에 개별 랙마다 소용량 CDU를 설치하는 대신 여러 랙을 하나로 묶어 대용량 장비로 냉각하는 '인로우(In-Row)'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고성능 AI 칩은 기존 서버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그만큼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열을 처리하기 위해 액체냉각을 적용하는 데이터센터도 늘고 있다. 액체냉각은 서버 주변에 찬 공기를 순환시키는 대신 냉각수를 이용해 고발열 부품의 열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이다. 고성능 반도체가 밀집된 서버의 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전력밀도가 높은 AI 데이터센터에 활용된다.
실제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의 고성능 AI 칩은 이미 개별 칩의 열설계전력(TDP)이 1kW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랙 단위 AI 서버의 전력 소비도 수백kW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칩의 액체냉각 적용 비중이 지난해 약 33%에서 올해 53%, 2027년에는 약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에 대응할 제품군도 갖췄다. 차가운 물을 만드는 칠러와 컴퓨터룸 공기조화기(CRAH), 냉각수를 공급·제어하는 CDU부터 AI 칩과 직접 맞닿아 열을 식히는 콜드 플레이트까지 공급한다. 칩에서 발생한 열을 데이터센터 외부로 내보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 솔루션이다.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은 장비 공급 이후에도 설계와 설치, 유지보수 등으로 이어진다. 서버 구성과 전력밀도, 건물 구조에 따라 필요한 냉각 방식이 다르고 AI 서버를 새로 들이거나 고성능 장비로 교체하면 냉각 설비도 추가하거나 사양을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공조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과 제품을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로 대형 중앙공조와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확보했고, LG전자는 기존 칠러와 공조 설비에 CDU와 콜드 플레이트를 더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서버와 반도체를 넘어 냉각·공조 설비까지 확대되면서 양사도 AI 데이터센터 냉각을 B2B 사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서버는 갈수록 더 많은 전력을 쓰고 한 공간에 들어가는 장비도 많아 냉각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서버를 증설하거나 성능을 높이면 냉각 설비도 그에 맞춰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구축 이후에도 추가 수요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조업체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