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20년 만에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진흥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핵심으로 꼽히는 게임진흥원 신설을 두고 정부 부처와 국회 간 이견이 남아 있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게임산헙진흥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게임진흥원이 시설될지 주목된다./사진=AI 이미지 제작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정감사 이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심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했으며 현재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도 국감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법안 논의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현행 게임산업법의 규제 체계를 산업 환경에 맞게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법이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디지털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한 가지로 규율했다면 개정안은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으로 구분한다.
◆ 디지털게임 규제 푸는데…게임진흥원은 최대 변수
전부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게임산업을 전담할 게임진흥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으로 게임진흥원을 설립해 정책 연구와 산업 통계, 인력 양성, R&D(연구개발), 제작·유통, 해외 진출, 투융자, e스포츠, 이용자 피해구제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현행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능과 인력·재산 등을 게임진흥원으로 승계하고 진흥원 내부에 게임관리위원회를 두는 구조도 제시됐다. 현재 게임산업 진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 등급분류와 사후관리는 게임위가 각각 담당하고 있어 이를 하나의 전담체계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게임진흥원 신설은 법안 심사의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문체부는 진흥과 규제 기능을 하나의 기관 안에 두는 경우 산업 육성과 등급분류·사후관리라는 서로 다른 조직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제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 게임위 체계를 유지하고 게임 진흥은 콘진원의 지원체계를 활용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콘텐츠산업 전체를 담당하는 콘진원에서 게임 분야만 별도 기관으로 떼어낼 경우 다른 콘텐츠 산업과의 융합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제시하는 우려 가운데 하나다. 게임이 웹툰·영상·애니메이션·음악 등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통합 콘텐츠 정책의 장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신규 공공기관 신설에 따른 재정 부담과 다른 콘텐츠 장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콘진원의 게임 분야 지원 예산은 약 734억 원, 게임위 지원 예산은 약 154억 원 수준으로 기관 개편이 이뤄질 경우 예산과 인력, 사업 기능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국회 심사 과정에서 게임진흥원 신설을 후순위로 넘기고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의 이원화, 민간 자율등급분류 확대, 청소년 규제 개선 등 합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조항부터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진흥 없는 진흥법’ 되나…P2E·자율심의도 쟁점
게임산헙진흥 관련 법률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게임진흥원이 시설될지 주목된다./사진=AI 이미지 제작
게임진흥원 조항이 빠진 채 규제 개선안만 통과될 경우 산업계가 체감하는 규제 완화는 가능하지만 전부개정안의 핵심인 진흥 집행체계는 기존 구조에 남게 된다. 게임을 사행성 관리 대상에서 문화·산업 정책 대상으로 재정립한다는 법안의 철학과 실제 정책 집행체계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율등급분류 확대에 따른 책임 문제도 남는다. 민간 사업자가 사행성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떤 절차를 통해 등급을 재분류하거나 시정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카지노를 모사한 게임이나 웹보드게임처럼 디지털게임과 사행성의 경계에 놓인 콘텐츠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쟁점이다.
경품 규제 완화 역시 P2E 게임과 관련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품 제공 금지 규정이 디지털게임에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경우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토큰과 결합한 게임에 대한 규제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경품 규제 완화가 곧바로 P2E 게임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환전업 금지와 사행성 관련 규정 등 별도의 규제 장치가 남아 있다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 보호 장치는 진흥 확대와 별개로 유지·강화된다.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고의적 위반에 대한 최대 3배 배상 근거 등이 포함됐으며 해외 게임사업자의 국내대리인에게 이용자 피해 예방과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부개정의 핵심은 단순한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게임산업의 진흥과 규제를 어떤 조직 구조에서 수행할 지 결정하는 데 있다"며 "국회가 게임진흥원 신설과 규제체계 개편을 함께 처리할지 쟁점을 분리해 일부 조항부터 손질할지가 향후 게임법 개정의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