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의 매출 2조원 돌파 등 외형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대형 백화점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고급 백화점의 품격을 결정짓는 매장 관리와 고객서비스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대표 점포인 압구정본점과 판교점에서 동일 입점 브랜드의 판매·응대 문제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이를 해결해야 할 백화점 고객서비스(CS)마저 세 차례의 통화 과정에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외관 전경/사진=현대백화점 제공
고객 A씨는 지난 4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입점한 L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에서 이동가방 등 총 55만2000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다. 이튿날 가방을 한 사이즈 큰 제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매장을 재방문했지만, 직원의 강경한 응대에 부딪혔다.
A씨에 따르면 직원은 교환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반려견의 몸에 딱 맞는 가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복하며 반려견이 가방에 들어간 사진까지 요구했다. A씨가 현장에서 사진 두 장을 제시했음에도 직원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A씨는 교환을 사실상 거부당한 채 매장을 나서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는 상반된 안내를 받았다. A씨에 따르면 판교점 매니저급 직원은 여유 있는 크기의 가방을 사용해도 된다며, L브랜드 대표 역시 자신의 반려견에게 여유 있는 크기의 가방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브랜드의 다른 매장에서 대표의 사용 사례까지 언급하며 정반대의 안내를 한 것이다. 압구정본점 직원의 강경한 주장으로 구매 다음 날 교환을 사실상 거부당했던 A씨가 최초 응대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한 배경이다.
판교점에서는 별도의 판매 문제도 발생했다.
A씨는 같은 날 함께 사용할 목적으로 목줄과 리드줄 등 총 36만5000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다. 직원도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하려는 목적을 알고 있었고 직원이 색상을 직접 추천했음에도, 실제로는 목줄에 리드줄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특히 직원이 목줄 사이즈를 잘못 건네 A씨가 매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제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연결 가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객의 구매 목적을 인지하고 제품을 다시 확인할 기회까지 있었음에도 기본적인 호환성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판매·응대 품질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대백화점의 입점 브랜드 관리 방식도 짚어볼 대목이다. 압구정본점과 판교점 모두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전문 업체는 L 브랜드 한 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두 점포에서 동일 브랜드의 판매·응대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특정 브랜드 중심의 입점 구조가 서비스 관리의 안일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두 매장에서 잇따라 문제를 겪은 A씨는 지난 23일 현대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공식 민원을 접수했다. 구매 영수증과 제품 사진 등을 첨부하고 사실관계 확인과 제품 수거 및 전액 환불, 책임자의 답변을 요구했다.
소비자가 반려동물 용품 구매 후 교부받은 현대백화점 공식 영수증에 명시된 '7일 이내 교환·환불' 규정 안내 문구. 정당한 기간 내의 사이즈 교환 요청이었음에도 압구정본점 매장 직원은 자체 안내 문구마저 무시한 채 사실상 교환을 거부했다./사진=소비자 제공
그러나 이후 백화점 측에서 먼저 연락한 세 차례의 통화는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키웠다.
A씨에 따르면 첫 번째 통화에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담당자는 민원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가, 다시 해당 매장 직원이 휴일 후 출근하면 확인하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울러 ‘운영주체가 다르니 판교점 내용은 별도로 민원글을 올려야 한다’, ‘L브랜드 본사 홈페이지에도 글 올리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두 번째 통화에서는 민원의 취지 자체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을 낳는 대응이 이어졌다.
A씨에 따르면 담당자는 통화 시작부터 ‘이동가방을 큰 사이즈로 교환하려면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제품의 사용 흔적’과 ‘택 보관 여부’ 등을 물었다. 최초 교환 요청이 사실상 거부된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현재 시점의 교환 조건부터 따져 물은 것이다.
이에 A씨가 뒤늦게 사이즈를 바꾸려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으로 취급하는 것이냐고 항의하자, 담당자는 그제야 최초 매장 방문 당시 실제로 교환을 요청했는지 되물었다. 이어 “판교점에서 다른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교환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반문하고, 당시 “직원이 직접 교환을 거부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 않느냐”는 답변까지 내놨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직원이 명시적으로 교환 불가를 선언했는지가 아니라, 고객의 명확한 교환 요청에도 직원이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교환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영수증 하단 안내 문구에는 ‘교환환불은 구입 후 7일 이내에 영수증과 결제카드를 지참해야 하며...’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의류·가방류 제품의 ‘구입일로부터 7일 이내 교환·환불 권고 규정’과도 일치한다.
고객 A씨는 제품을 구매한 바로 이튿날 매장을 방문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으나, 해당 매장 직원은 백화점 자체 규정과 소비자분쟁 규정을 모두 무시한 채 반려견의 사진을 요구하는 등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교환을 사실상 거부했다. 백화점의 공식 안내마저 입점 브랜드의 독단적인 응대 앞에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현대백화점 측과의 세 번째 통화에서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담당자는 추가 확인 후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안내했다. 특히 소비자 A씨는 통화 중 반복된 ‘응, 응’이라는 반말 식의 표현 등 상담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입점 브랜드의 부적절한 응대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던 고객이 세 차례의 통화를 거치면서 백화점 CS의 민원 처리 방식과 응대 태도까지 문제 삼게 된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 역시 백화점의 핵심 경쟁력이다.
두 핵심 점포에서 발생한 동일 브랜드의 판매·응대 문제와 이를 수습하지 못한 CS 대응은 현대백화점이 매출 규모뿐 아니라 고객 신뢰를 뒷받침할 관리 체계까지 갖추고 있는지 묻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매장 직원의 일탈을 넘어, 대형 백화점의 허술한 입점 브랜드 관리 체계와 무책임한 CS 대응 시스템이 결합해 발생한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백화점의 품격에 걸맞은 철저한 서비스 품질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공식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