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가전을 판매한 뒤에도 배송과 설치, 관리, 사후서비스(AS)까지 책임지는 구독 사업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전문 관리 서비스 '블루패스'를 본격 도입한 이후 가전 구독 매출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둔 가운데, 신혼부부와 시니어 등 고객별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기업 고객까지 구독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제품의 가격과 기능뿐 아니라 구매 이후 사용과 관리까지 아우르며 고객 경험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 AI 구독' 서비스 소개하는 임성택 부사장./사진=배소현 기자
삼성전자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스토어 청담점에서 '삼성 AI 구독 2주년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기존 'AI 구독클럽'을 '삼성 AI 구독'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지텍, 삼성전자판매의 역량을 연결해 제품을 고르는 단계부터 배송·설치와 사용 중 관리, AS까지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관리 서비스를 앞세워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전체 유통·판매 경로에서 주요 가전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블루패스를 도입해 현재 형태의 구독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가전 구독 매출은 1년 만에 1조 원을 눈앞에 뒀다. 해당 실적에는 스마트폰 구독은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조사한 구독 서비스 인지도는 2024년 44%에서 올해 71%까지 높아졌고, 향후 가전 구매 시 삼성전자 제품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75%로 나타났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처음 선보인 블루패스와 함께하는 삼성 AI 구독은 고객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출시 딱 1년 만에 구독 1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를 분석해봤더니 구독 기간 내내 삼성이 책임지는 블루패스의 편리함에 있었다"고 말했다.
◆ 신혼부터 부모님까지… 고객 따라 달라지는 관리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에서 블루패스를 고객의 생활 방식에 따라 세분화했다.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위한 '신혼 패스'와 시니어 고객을 위한 '이지케어 패스'를 새로 마련했다. 제품을 관리하는 방식은 물론 이사나 맞벌이, 떨어져 사는 부모 등 가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생활상의 불편까지 서비스 범위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 AI 구독' 서비스 소개하는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CE팀장 상무./사진=배소현 기자
신혼 패스는 혼수로 여러 가전을 한꺼번에 마련하거나 이사가 잦은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겨냥했다. 전문 엔지니어가 이사 이후 가전의 동작 상태를 점검하는 '이사 안심점검'을 비롯해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를 설치·철거할 때 삼성전자 공식 협력회사가 가구장을 복원해주는 '가구 원복'을 제공한다. 평일 낮 시간을 내기 어려운 맞벌이 고객을 위해 야간이나 공휴일 등 원하는 시간에 전문 세척팀이 방문하는 '시간맞춤 세척'도 운영한다.
이지케어 패스는 AI 가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고객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담사가 정기적으로 전화해 소모품 교체 시기와 제품 사용법을 안내하는 '안심케어콜'을 제공하고 시니어 고객 전용 상담 채널도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에도 제품 사용과 관리에 필요한 부분을 대신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니어 고객의 구독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부사장은 신혼·시니어 고객을 별도로 겨냥한 배경에 대해 AI 기능과 관리 서비스가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고객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니어 고객과 관련해서는 "부모님과 늘 항상 같이 있기 어렵지 않느냐"며 "삼성 AI 구독과 블루패스가 결부된다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저희가 챙겨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이 관리 수준과 비용을 따져 선택할 수 있는 '방문케어 라이트'도 새로 마련했다. 기존 무상수리와 방문케어, 셀프케어에 더해 전문 엔지니어의 방문 횟수나 특화 서비스 횟수를 조정해 구독료 부담을 낮춘 상품이다. 간단한 관리는 고객이 직접 하고 전문적인 점검이 필요한 부분은 엔지니어가 맡는 방식이다.
방문 횟수를 줄이는 대신 AI를 활용한 사전 관리를 강화했다.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제품 상태를 AI가 분석해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고 필요한 시점에 점검이나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임 부사장은 '방문케어 횟수와 비용을 낮춘 방식'에 대한 질의에 "방문 횟수를 기술로 줄이는 것이지 돈을 줄이려고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기술이 사전에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 병원·호텔·은행으로… 집 밖으로 나온 구독
구독 사업의 범위는 기업으로 넓힌다. 삼성전자는 공공기관과 호텔, 의료·금융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삼성 AI 구독'을 새로 선보였다. 기업이 여러 가전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초기 부담을 줄이고 제품 관리까지 삼성에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CE팀장 상무(왼쪽)와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배소현 기자
제품군도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기존 렌털 가전에 국한하지 않는다. 병원과 약국, 은행 등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에어컨·냉장고를, 숙박시설과 사무실에는 PC·모니터·프린터·시스템에어컨·에어드레서 등까지 구독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스마트싱스 프로'를 활용해 각 사업장의 제품 사용 현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기업 전용 'B2B 블루패스'도 운영한다.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점검하는 '시간맞춤 집중케어', AS 접수 후 영업일 기준 48시간 이내 방문하는 '48시간 긴급 출동', 사업장별 담당자를 두는 '엔지니어 담당제' 등을 제공한다.
특히 병원이나 식당처럼 제품 고장이 곧 중대한 운영 차질로 이어지는 업종에서는 관리와 AS 대응 속도를 구독의 경쟁력으로 가져간다는 구상이다.
임 부사장은 "식당을 하는데 갑자기 에어컨이 끊어지면 장사가 되겠느냐"며 "제품이나 성능의 문제가 바로 매출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긴급 대응 체제를 만드는 데 굉장히 많은 투자가 들어간다. 그래서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날 신제품이 아닌 '서비스'만을 주제로 별도의 미디어 행사를 마련한 것도 가전 사업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구매 전 상담부터 배송·설치, 제품 간 연결과 사용, 관리까지 가전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 과정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특히 초점을 맞췄다.
임 부사장은 "제품의 론칭이 아니고 서비스의 론칭으로 이렇게 기자 미디어데이를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품의 가치가 하드웨어 자체의 기능과 성능을 떠나 통합된 전체 편리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독 자체를 제품과 분리된 독립적인 서비스 사업으로 수익화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 부사장은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며 "상담부터 설치 전후까지 모든 고객 경험이 이어지는 것이 앞으로의 큰 방향"이라고 전했다.
단기적인 수익성이나 매출 확대보다 국내 가전 구매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도 무게를 뒀다. 전체 가전 매출에서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임 부사장은 "구독에 집중해서 말씀드리는 게 수익성 개선이나 매출 증대 효과가 첫 번째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소비자의 수용성이 굉장히 높다. 새로운 가전 비즈니스 체계가 한국에서는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서비스의 외연도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신사의 OTT·AI 서비스처럼 외부 사업자와 구독 상품을 결합할 가능성에 대해 임 부사장은 "특히 우리는 휴대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 3사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그쪽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