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편집국]“소방관 일 좀 오래 하다보면 사실 안아픈 데가 없어요. 다 조금씩 몸이 삐걱거리고 골병이 나 있어요. 나만 아픈 게 아니라 동료들이 다들 아프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 이걸로 뭘 보상받는다는 생각은 잘 안해봤죠.”
최근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수행한 공무상 재해 교육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어느 소방관이 한 말이다. 실제로 소방관의 근골격계질환 발병률은 매우 높지만, 2018년~2020년 3년 간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을 공무상 재해로 신청한 신청자 수는 134명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공무상 재해 신청자 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나, 소방공무원 본인이 오랜 기간 재난과 싸우며 얻게 된 ‘골병’을 공무 수행으로 인한 공무상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문 일이다.
인사혁신처에서 공개한 연구용역보고서(「근골격계 질병의 공무상 재해 인정기준 개선」,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2021)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구조, 구급 업무를 10년 이상 수행하였을 경우 해당 공무원에게 발병한 어깨, 팔꿈치, 손과 손목, 허리, 무릎 부위 근골격계 질환과 업무 수행 간의 높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다시 말해 소방공무원이 외근 부서에 약 10년 정도 있었다면 대다수의 소방공무원에게 발병한 근골격계 질환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인식 부족이나 인사상 불이익 우려로 공무상 재해 신청을 안해서 그렇지 예상컨대 매우 많은 소방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소방관들은 근골격계 질환 발생에 매우 취약하다. 가장 빈번한 공무상 재해 신청부위는 허리부위다.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구조, 구급 업무를 수행하면서 허리를 굽히는 등 부적절한 자세로 오래 일하고, 중량물을 취급하며 각종 진동에 노출되기 때문에 소방관의 허리디스크 발병은 매우 잦다.
구체적으로 소방관의 허리부담작업을 살펴보면 이렇다. 구조, 구급대원들은 환자 이송 시 허리부담이 가장 크다. 구급대원들이 이때 사용하는 들것은 종류에 따라 6kg에서 35kg에 달한다. 여기에 환자의 몸무게를 더하면 최소 50kg 이상의 중량물을 여러 번 허리를 굽혀 들었다 놓아야 한다. 화재진압대원들은 건물 진입을 위하여 각종 장비를 사용하여 문이나 천장, 벽을 부수는 작업, 소방호스를 전개해 불을 끄는 작업 등을 수행하며 이때 허리에 강한 힘이 가해진다. 펌프차와 물탱크차, 사다리차, 화학차, 장비차 등의 운전 역시 전신진동에 노출되는 작업으로 역시 허리의 부담이 매우 높다.
최근 공개된 정부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공무상 재해 연구용역보고서는 소방공무원의 수행업무, 근무기간별로 근골격계 질병 인정기준(안)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 같은 소방공무원의 신체부담업무를 자세히 분석함으로써 소방공무원들이 “어떤 업무를 몇 년 동안 수행했다면 해당 상병은 공무상 질병에 해당할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을 보다 높여 공무상 재해 신청 인식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소방공무원들과 같은 공무원들에 대한 공무상 재해 심의기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나 해당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공무상 재해 심의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소방공무원들의 공무상 재해 인정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14일 ‘공무원 재해보상 제도 개선 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며 더 정확하고 더 빠른 공무상 재해 심의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위원을 현재 100명에서 200명, 공무원재해연금위원회는 5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해 전문성·공정성을 더욱 확보하고 심의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담겼다.
공무상 재해보상의 원칙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 있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스스로가 자신에게 발병한 질병이 공무 수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공무상 재해 심의 기준 구체화 및 인식 개선, 증명책임 완화가 더욱 필요하다.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