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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서 중간 성적표 받는다“…K-게임, 출시 전 '다단계 검증' 나선다

입력 2026-09-29 14:59:12 | 수정 2026-09-29 14:59:12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신작 게임의 첫 성적표가 정식 출시 이후에서 출시 이전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완성된 게임을 시장에 내놓은 뒤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이용자에게 게임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선검증’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넥슨, 좀비 생존 신작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 글로벌 알파 테스트./사진=넥슨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크래프톤, 엔씨, 엑스엘게임즈, 라인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은 스팀을 중심으로 개발 중인 신작의 공개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출시 전 홍보를 위한 체험판을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첫 테스트에서 확인된 이용자 반응을 토대로 전투와 매칭, UI·UX, 성장 구조 등을 수정한 뒤 다시 검증하는 방식이다.

◆ 한 번 테스트하고 끝?…다시 고쳐 또 검증하는 K게임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다. 낙원은 2023년 11월 프리 알파 이후 약 2년간 게임 전반을 다듬은 뒤 올해 3월 스팀 글로벌 클로즈 알파를 진행했다. 첫 테스트 이후 이동과 조준을 기반으로 한 근접전투를 비롯해 사제 총기와 샷건, 특성 및 액티브 스킬, 위성지도형 UI, 숙소와 생활 콘텐츠 등 게임의 핵심 구조를 대폭 손봤다.

테스트에는 5일간 총 27만9484명이 참여했고 최고 동시접속자는 약 3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4만3311명은 2023년 프리 알파에도 참여했던 이용자다. 테스트 기간 스팀 위시리스트 순위도 81계단 상승해 40위에 올랐다. 개발 중인 게임을 한 차례 공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반응을 확인한 뒤 게임을 다시 설계하고 재검증하는 과정이 나타난 것이다.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제타’도 테스트를 개발 과정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1차 테스트에서 초반 성장 격차가 경기 후반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스노우볼 현상이 지적되자 2차 테스트에서는 실력 구간별 매칭과 솔로·다인 큐 분리, 초반 안전구간, 뒤처진 팀의 성장 기회 확대 등을 적용했다. 전투와 이동, UI 등 세부적인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타임 테이커즈’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도 첫 테스트 이후 다시 글로벌 이용자 검증에 들어갔다. 타임 테이커즈는 북·남미 지역 CBT 이후 업그레이드·포드 시스템과 튜토리얼, 매칭 및 밸런스를 개선하고 색약 모드와 훈련장 등을 추가했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역시 첫 테스트 이후 전투 시스템과 UX·UI 등을 개선한 뒤 PC와 모바일에서 두 번째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가 콘텐츠 수정에 그치지 않고 출시 일정까지 바꾸는 사례도 있다. 엑스엘게임즈의 ‘더 큐브, 세이브 어스’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 데모 이후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얼리액세스 일정을 당초 2025년 4분기에서 2026년 1분기로 연기했다. 이후 최적화와 UI·UX, 서버 안정성 등을 개선하고 서버 슬램을 거쳐 3월 얼리액세스에 돌입했다.

◆ 스팀이 ‘개발 중간 성적표’로…라인게임즈도 연쇄 테스트

라인게임즈, 협동 호러 PC 신작 ‘코드 엑시트’ 스팀 플레이테스트./사진=라인게임즈


이 같은 흐름은 라인게임즈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라인게임즈는 9월 한 달 동안 ‘콰이어트’, ‘어메이징 슬롯 서바이버(A.S.S.)’, ‘코드 엑시트’ 등 PC 신작 3종의 스팀 테스트를 연이어 진행했다.

특히 협동 호러 게임 콰이어트에는 전 세계 148개국에서 약 35만 명이 테스트 참가를 신청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관련 영상과 방송 약 1200건이 생성됐고 800건 이상의 설문 의견도 확보했다. 다만 35만 명은 실제 플레이어가 아닌 참가 신청자 기준인 만큼 이를 실제 이용자 규모나 구매 수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드 엑시트는 사전 테스트 결과를 게임 구조에 반영한 사례다. 앞서 진행한 데모 이후 복잡한 퍼즐을 줄이고 기존 세션 구조와 미션을 개편했으며 협동 기믹도 다시 설계했다. 이후 스팀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수정된 빌드를 글로벌 이용자에게 다시 선보였다.

게임사들이 스팀을 활용하는 이유는 글로벌 이용자를 비교적 손쉽게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팀 플레이테스트는 본편과 별도의 앱 ID를 활용해 참가자를 단계적으로 모집하고 테스트를 종료할 수 있다. 데모는 본편 상점 페이지와 연결돼 위시리스트 확보와 이용자 접점을 동시에 만들 수 있으며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활용하면 출시 예정작을 전 세계 이용자에게 집중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중심에서 PC·콘솔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면서 이 같은 사전 검증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내부 테스트만으로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이용자의 장르 선호나 조작 방식, UI·UX, 서버 환경 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의 공개 테스트는 과거 CBT처럼 출시 직전 버그와 서버를 점검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콘셉트와 핵심 재미를 확인한 뒤 전투와 매칭, 성장 구조를 개편하고 다시 글로벌 이용자에게 검증받는 식으로 개발 과정 자체가 다단계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개 테스트가 정식 출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료 테스트에는 단순 호기심으로 참가한 이용자도 포함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자와 실제 접속자, 반복 이용자, 구매 이용자는 서로 다르다. 위시리스트 역시 잠재 고객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실제 판매량과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결국 향후 게임사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테스트에 끌어모으느냐보다 테스트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개발과 출시 전략에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팀 테스트는 출시 전에 게임성을 검증하고 해외 이용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단순 참가자 수보다 실제 플레이 시간과 재접속률, 콘텐츠 이탈 구간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테스트 결과를 해석하고 이를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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