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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널뛰기 정책, 복잡한 '셈법'...현대차그룹, "유연성이 답"

입력 2026-09-29 15:42:54 | 수정 2026-09-29 15:42:54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미국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정책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정부의 전기차 중심 정책을 잇달아 되돌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판을 짜온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한층 힘을 받게 됐지만 전기차 지원 축소와 관세, 중국 완성차의 미국 진입 가능성 등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널뛰기하듯 흔들리는 미국 정책에 매번 휘둘리지 않으려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의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현지 생산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 산하 국가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8일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새 연비 기준을 승인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2031년 차량 평균 연비는 갤런당 34.9마일(mpg) 수준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규정에 따른 50.4mpg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 교통부는 규제 완화에 따라 완성차 업계가 부담해야 할 기술비용이 2031년까지 총 606억 달러, 차량 한 대당 약 1289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신 연비가 낮아지면서 차량 한 대를 운행하는 동안 들어가는 연료비는 기존 규정을 적용했을 때보다 1600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기준 충족을 위해 서로 사고팔던 CAFE 크레디트도 2028년부터 거래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 규제에 앞서 전기차와 배출가스 관련 정책도 잇달아 손질했다. 지난해 9월 말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던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됐고, 올해 2월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2009년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철회하면서 이를 근거로 마련됐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폐지됐다.

◆ 하이브리드 키우는 현대차엔 기회…파워트레인 운용 폭 넓어져

연비 규제 완화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강화된 연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시장 수요에 맞춰 파워트레인별 생산·판매 비중을 조정하기가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북미에서 10종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북미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를 생산하는 등 현지 생산도 확대한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8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5만5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보다 47.7% 증가하며 역대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달 양사의 미국 전체 판매는 17만8405대로 0.6% 감소했고, 전기차는 7678대로 52.3% 줄었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더해 EREV(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싼타페 EREV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 대 추가하는 한편 현지 부품 조달 비중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다만 연비 규제 완화가 곧바로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규제 대응 비용은 줄어들지만 완화된 기준에 맞춰 내연기관차 판매가 늘 경우 연료 소비 증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차량 가격 인하 효과 역시 업체의 제품·가격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 키웠더니 지원 축소…관세·중국차까지 변수

반면 전기차 지원 축소는 이미 미국에 대규모 전동화 투자를 집행한 현대차그룹에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4년간 미국에 총 260억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와 철강, 로봇 등 현지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HMGMA와 배터리 생산시설 등 전동화 생산 기반도 이미 구축한 만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경우 생산시설 활용과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관세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 관세로 부담한 비용은 각각 약 4조1000억 원과 3조1000억 원으로 총 7조2000억 원에 달했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지난해 4월부터 25%의 관세가 적용된 뒤 11월 15%로 낮아졌으며 현재도 15%가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지 조달을 늘리는 방식으로 관세 영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완성차의 미국 시장 진입 여부도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방식의 현지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자동차 관련 6개 단체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 역시 중국 업체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의 진입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면 유럽에서 나타난 경쟁 양상이 미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기존 경쟁업체보다 30~40% 낮은 가격을 앞세워 영향력을 키웠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 의회에서는 중국 커넥티드카의 미국 진입을 제한한 현행 규제를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초당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새 연비 기준 시행 이후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다. 새 규정은 오는 12월께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업체들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별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 중국차 진입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략에도 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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