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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AI·국방, 국제표준 판 깔렸다"…통신 3사, 6G 실증 데이터 확보 전쟁

입력 2026-09-29 15:30:03 | 수정 2026-09-29 15:30:03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에 앞서 국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기술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각 사는 인공지능(AI) 기반 무선접속망과 위성·국방통신 등 차세대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고, 이를 국제표준 논의로 연결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표준이 확정되기 전부터 기술과 운용 경험을 쌓아 향후 6G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사진=AI 이미지



2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통신 표준화 프로젝트인 'NWCSP' 9차 회의에 국내 통신사 최초로 5G·6G 표준화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회의는 국방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주관으로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KT 광화문빌딩 West에서 열린다.

NWCSP는 NATO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정부기관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표준을 논의하는 민·군 협력 프로젝트다. 이번 회의에는 국내외 국방·정부기관 관계자와 통신·표준 전문가 약 100명이 참여해 5G·6G 기술의 국방 적용 방안과 차세대 국방통신 표준 개발 방향을 논의한다.

KT는 그간 국방 5G 사업에서 쌓은 네트워크 구축·운영 경험을 토대로 상용 이동통신 기술을 국방통신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에 참여한다. 위성통신과 무선백홀 등 차세대 기술의 국방 적용을 위한 표준 문서를 검토하고, 국가마다 다른 통신 기술과 체계를 서로 연계해 운용하기 위한 기술 기준도 논의할 예정이다.

국방을 비롯해 차세대 통신 기술의 활용 범위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6G 국제표준 논의도 한 단계 진전되고 있다. 기술의 윤곽을 정하는 작업에서 나아가 실제 표준에 반영할 후보 기술을 평가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6G를 'IMT-2030'으로 명명하고 내년 2월부터 2029년 2월까지 후보 무선접속기술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올해 2월에는 후보 기술의 성능을 판단할 기술성능 요구사항을, 6월에는 이를 평가하기 위한 지침을 각각 마련해 오는 12월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일정에 따라 통신업계에서도 후보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고 관련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6G는 5G와 단절된 별도의 망이라기보다 현재 구축 중인 5G 단독모드(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AI 기반 망 운영 등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 중인 5G 망 고도화와 차세대 기술 실증이 향후 6G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 AI-RAN부터 위성까지… 6G 기술 검증 나선 통신3사

이 가운데 SK텔레콤(SKT)은 6G의 주요 기반 기술로 꼽히는 AI-RAN을 실제 통신망과 산업 현장에서 검증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AI-RAN은 무선접속망(RAN)에 AI를 적용해 망 운영 효율을 높이고, 기지국의 연산 자원을 활용해 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SKT는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조성' 실증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AI-RAN 기술의 현장 검증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에치에프알(HFR), 에릭슨, 노키아 등 서로 다른 제조사의 AI-RAN 장비를 하나의 선도망에서 검증하고 CPU와 GPU 등 연산 자원 구성에 따른 성능도 비교한다.

실제 산업 현장과의 연결도 추진한다. SKT는 인천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하고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무인 자율이송, 휴머노이드 저전력 운용 등 피지컬 AI 서비스를 검증한다. 이후 KG모빌리티 평택공장으로 실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AI-RAN이 상용화되면 통신망을 산업 현장의 AI 연산과 데이터 처리에 활용할 수 있어 통신사의 사업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AI 카메라처럼 데이터를 현장에서 생성하고 처리하는 기기가 늘면 다운로드 속도뿐 아니라 지연시간과 업로드 용량, 연결 안정성에 대한 요구도 커진다. 통신사가 산업 현장의 AI 연산과 데이터 이동까지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기업용 통신과 피지컬 AI 등 새로운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넓힐 여지도 생긴다.

실증 성과를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 반영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SKT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와 네트워크 구조, 서비스를 검증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핵심 성과지표를 만들고 이를 3GPP와 O-RAN 등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AI-RAN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 총회에서는 145개 참여사 가운데 주요 기술 논의에 참여하는 4개 대표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LG유플러스 역시 AI-RAN을 비롯한 6G 기반 기술의 실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연세대와 자사 5G망과 AI-RAN 시험망을 연동해 로봇·드론 등이 서로 다른 네트워크 사이를 이동할 때 연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검증했다.

6G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와 통신·센싱 융합과 AI·6G 연계 기술을 실제 통신 환경에서 공동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LG전자와는 시맨틱 통신과 양자내성암호(PQC) 등 AI 기반 6G 기술의 연구개발과 국제표준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6G 기술 개발은 기존 이동통신을 넘어 AI와 센싱 등 다양한 기술을 통신망에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ITU가 제시한 IMT-2030에는 AI와 통신의 결합뿐 아니라 통신 신호로 주변 위치와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 통합 센싱·통신(ISAC), 지상망이 닿지 않는 곳까지 연결하는 유비쿼터스 커넥티비티 등이 주요 활용 시나리오로 포함돼 있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던 이동통신망이 앞으로는 로봇과 공장, 위성, 재난·국방 등 산업 인프라를 연결하는 기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5G SA 전환도 이 과정의 한 축이다. 5G SA에서는 LTE 코어망에 의존하지 않고 5G망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하나의 물리적 망을 용도별 가상망으로 나누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초저지연 서비스 활용 폭이 넓어진다. 통신3사가 SA와 AI-RAN을 거쳐 6G 기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네트워크 투자를 기업용 AI와 로봇, 위성 등 새로운 수요와 연결할 수 있는지도 향후 사업화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6G 표준화 과정에서는 실제 통신 환경에서 확보한 실증 결과도 기술을 평가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표준에 반영된 기술은 향후 장비와 서비스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으며,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는 라이선스 사업 기회도 생길 수 있다. 글로벌 통신사와 장비업체들도 6G 상용화에 앞서 기술 검증과 국제표준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6G는 각사가 제안하는 기술이 실제 네트워크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지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며 "표준화 과정에서도 기술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와 서비스 환경에서 축적한 실증 데이터와 운용 경험이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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