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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수주전②] “이제는 장기전”…현지화 전략 '승부수'

입력 2026-09-30 13:37:40 | 수정 2026-09-30 13:40:34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럽, 중동, 동남아 등에서 잇따라 수출 계약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지면서 수출 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앞으로도 K-방산이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 더해 기술 고도화와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 등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주 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거나 기술 협력과 정비·후속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등 수출국의 방산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일회성 계약을 넘어 현지에서 생산과 유지·보수를 이어가며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K-방산의 수출 방식도 ‘판매’에서 ‘현지화’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동형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미국 아칸소주에 22억 달러를 투자해 탄약 생산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155㎜ 포탄 구성품과 추진장약 생산시설을 건설해 미국 내 노후화된 탄약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 K9 차륜형 자주포의 시제품 조립·통합 및 시험을 위한 시설도 마련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내 투자는 단순히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 방산 공급망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탄약은 물론 자주포 생산 기반을 동시에 구축하면서 현지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서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미사일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폴란드 방산기업 WB 일렉트로닉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이후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에서도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현재 루마니아 페트레슈티에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첨단 조립 라인부터 성능·검증 시험시설, 주행 시험로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업체 30여 곳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최대 80% 수준의 현지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에서 K2 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와 협력해 폴란드형 전차인 K2PL을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에 H-ACE 생산시설을 구축해 AS9 자주포와 AS10 탄약운반차, 레드백 장갑차를 생산하고 있다. 또 이집트에서도 K9 자주포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현지화는 글로벌 방산의 ‘새로운 표준’…“MRO부터 인접국 확장까지”

이처럼 국내 방산업체들이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위주로 계약이 진행됐는데 최근 들어서는 구매 국가의 산업 생태계와 결합하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들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시에는 무기체계에 대한 강점은 물론 현지화 전략을 내세우며 수주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수주가 이뤄지는 계약들도 현지화를 포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스페인의 자주포 사업 계약 역시 현지 방산기업인 인드라시스템즈와 현지화를 통해 성사됐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주 전략 차원에서도 현지화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현지 생산시설이 후속 수주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생산시설을 구축해 놓으면 해당 국가와 추가 수주 협상을 진행할 때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 해당 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다른 인접 국가로도 판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폴란드 내 K2 전차 현지 생산을 통해 3차 계약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재까지 1·2차 계약을 통해 총 360대의 공급을 확정했다. 남은 물량에 대한 추가 계약이 예정된 만큼 현지 생산·정비 체계를 갖추는 것이 후속 물량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차나 자주포처럼 대규모 장비가 투입되는 사업은 단일 계약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추가 물량이나 파생형 모델, 탄약 등 연계 사업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무기체계의 경우 통상 30년 가까이 운용되는데, 운용 과정에서 MRO(유지·보수·정비) 수요도 뒤따른다. 국내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기지를 단순한 제조시설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업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무기 도입국가에서는 현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 육성, 기술 축적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제 정세 불안으로 방산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무기를 판매하느냐를 넘어 수출 대상국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 정비·후속지원 등을 묶은 장기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추가 수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현지화가 해외 수주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현지화를 통해 방산 블록화를 극복하는 동시에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MRO 및 후속 물량 수주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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