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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강' 외치던 정부, 잇단 궤도 수정… AI 육성책, 시작부터 '시험대'

입력 2026-09-30 16:01:16 | 수정 2026-09-30 16:01:16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속도를 냈던 인공지능(AI) 정책이 하나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발해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은 3차 평가를 앞두고 당초 세운 경쟁·평가 방식부터 재검토하는 상황을 맞았다. 전 국민 대상 '모두의 AI'와 프런티어 AI 구상까지 정부가 AI 산업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가운데, 기존 사업에서 드러난 한계를 점검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 이미지



3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파모 3차 평가를 포함한 사업 운영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5개 정예팀을 선정해 경쟁을 시작한 뒤 현재 SK텔레콤(SKT)·LG AI연구원·업스테이지 등 3개 팀이 남았다. 당초 추가 평가를 거쳐 최종 2개 팀을 가릴 계획이었다.

정부가 기존 경쟁 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도를 기존 사업 구조가 따라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달 독파모 2차 평가 결과를 두고 "글로벌 수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1년 반 전 수립된 평가나 경쟁 방식이 3~6개월 단위로 급변하는 AI 트렌드에 여전히 유효한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 투자 집중 방식과 평가 제도의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재검토를 계기로 정부 주도의 경쟁 방식 자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술 수준과 시장 구도가 수시로 바뀌는 AI 분야에서 정부가 개발 목표와 평가 기준을 미리 정하고 기업을 선별할 경우 실제 기술 변화와 정책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파모의 평가 방식 재검토 역시 정부가 미리 짜놓은 경쟁 구도를 기술 변화에 맞춰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 빠르게 바뀌는 AI 시장… 정책 설계도 한계 드러내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기존 독파모와 별도로 세계 최상위 수준의 모델을 겨냥한 프런티어 AI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자금을 투입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꾸려 국내 기업의 기술과 자원을 한데 모으는 방안도 업계에서 거론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독파모 중단이나 SPC 설립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독파모 3차 평가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독파모 역시 국내 기업의 독자 모델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다. 별도의 프런티어 AI 체계가 마련될 경우 기존 독파모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지원 대상과 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도 정리해야 한다. 기존 경쟁 방식을 재검토하는 시점에 또 다른 개발 방식까지 논의되면서 정부 AI 정책의 방향과 지원 기준도 한층 복잡해진 모습이다.

정부가 사업 방향을 정하고 기업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은 '모두의 AI'에서도 이어진다. 정부는 SKT·KT·카카오 등 3개 컨소시엄을 공모로 선정해 GPU를 지원하고, 내년도 사업 예산으로 2500억 원을 편성했다. 독파모는 모델 개발, 모두의 AI는 대국민 서비스라는 차이가 있지만 정부가 참여 기업을 선정하고 예산과 컴퓨팅 자원을 지원한다는 기본 구조는 닮아 있다.

모두의 AI는 정부 지원 이후에도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글로벌 서비스가 이미 국내 이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무료 제공으로 이용 문턱을 낮추는 것과 이용자가 계속 찾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AI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특정 기술과 개발 방향을 정하고 기업을 선발하는 데까지 관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 데이터 등 기업들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기반을 넓히거나 세제와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방식도 있다. 어떤 모델과 서비스가 살아남을지는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두고 정부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는 취지다.

독파모의 평가 방식 재검토도 정부 주도 사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밝힌 대로 AI 기술의 흐름이 3~6개월 사이에도 달라진다면 사업을 기획하고 공모한 뒤 평가하는 사이 시장 상황이 먼저 바뀔 수 있다. 정부가 기술 개발의 방향과 참여 기업까지 직접 정하는 방식에서는 기술이 달라질 때마다 당초 세운 기준도 함께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목표는 여전히 'AI 3강'이다. 목표를 뒷받침할 정책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직접 설계한 사업이 실제 시장과 기술 변화 속에서도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독파모에서 확인된 문제를 다음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향후 정부 AI 전략을 평가할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정부가 몇 년 뒤 필요한 기술이나 경쟁 구도를 미리 정해 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기술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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