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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두뇌전쟁①]삼성, 인도 R&D '글로벌 기술기지'로…AI·통신 핵심기술 개발

입력 2026-10-03 09:30:07 | 수정 2026-10-03 10:20:50
김태균 편집국장 | ksgit@mediapen.com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해외 연구소가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현지 시장에 맞게 바꾸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해외 연구진이 글로벌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와 베트남, LG전자는 베트남, 현대자동차그룹은 인도에서 현지 연구인력과 대학을 글로벌 R&D망에 편입시키고 있다. 미디어펜은 ‘글로벌 두뇌전쟁’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R&D 전략과 세계 기술인재 확보 경쟁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태균 편집국장]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어디에서 개발될까. 대부분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한국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제 갤럭시를 만드는 ‘두뇌’는 한국에만 있지 않다. 한국에서 약 5000㎞ 떨어진 인도 벵갈루루에는 삼성전자의 핵심 글로벌 연구개발(R&D) 조직 중 하나인 삼성 R&D 인도-벵갈루루(Samsung R&D Institute India-Bangalore·SRI-B)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 밖 최대 R&D센터’라고 소개하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연구소의 규모보다 역할이다. 과거 해외 R&D 조직이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현지 시장에 맞게 바꾸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SRI-B는 이제 글로벌 갤럭시 제품에 적용되는 AI와 통신, 멀티미디어 등 핵심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이 ‘한국에서 개발하고 해외에서 생산한다’는 단계에서 ‘세계 각지에서 함께 개발하고 세계에 판매한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AI와 소프트웨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연구개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해외 연구소가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현지 시장에 맞게 바꾸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해외 연구진이 글로벌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인도용 갤럭시’ 넘어 글로벌 갤럭시 만든다

삼성전자의 인도 R&D 전략을 이해하는 핵심은 ‘Make for India’와 ‘Make for Global’이다. Make for India가 인도 소비자의 언어와 생활습관, 통신환경 등에 맞는 기술과 기능을 개발하는 전략이라면 Make for Global은 인도 연구진이 세계 시장에 판매되는 삼성 제품의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SRI-B는 모바일 모뎀과 멀티미디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글로벌 플래그십 제품에 적용할 기술과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기술을 개발한 뒤 인도 연구진이 현지 시장에 맞게 기능을 조정했다면 이제는 인도 연구진이 개발한 AI·통신·멀티미디어 기술이 글로벌 갤럭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연구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비전·AI 학술대회인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2026 메인트랙에는 SRI-B 연구진의 논문 6편이 채택됐다. 삼성전자 연구조직 전체의 채택 논문 28편 가운데 20% 이상이 인도 벵갈루루 연구진에게서 나온 셈이다. 

컴퓨터비전은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 생성형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인도 연구소가 단순한 현지화 조직에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AI 연구개발 거점 가운데 하나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왜 인도인가…14억 시장보다 중요한 ‘공학 두뇌’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대규모 R&D 조직을 운영하는 이유를 단순히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인도는 세계적인 IT·소프트웨어 인력 공급국이고, 벵갈루루는 글로벌 IT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이 밀집한 대표적인 기술도시다. 

거대한 소비시장과 풍부한 기술인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현지 연구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 경쟁력은 반도체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언어와 문화, 소비자의 제품 사용 방식, 현지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도 AI 성능을 좌우한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와 언어를 한국 연구진만으로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현지 시장을 이해하는 연구자가 글로벌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해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Make for India’와 ‘Make for Global’을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것이 삼성전자의 핵심 R&D 중심이 한국에서 인도로 이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R&D는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인도, 베트남, 유럽 등의 연구조직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향에 가깝다. 달라진 것은 해외 연구소의 역할이다. 과거 한국 본사의 기술을 현지 시장에 적용하는 조직이었다면 이제 해외 연구진도 글로벌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삼성·LG·현대차까지…기업 경쟁이 ‘두뇌전쟁’으로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진은 갤럭시 AI가 베트남어를 이해하고 실시간 통역할 수 있도록 자동음성인식(ASR), 신경망 기계번역(NMT), 음성합성(TTS) 등에 필요한 언어 데이터와 AI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베트남에서 2016년 약 30명으로 시작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R&D 조직을 현재 1250명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들은 베트남 내수용 자동차가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에 적용되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디지털 클러스터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인도 현지 대학까지 글로벌 R&D 생태계에 편입시키고 있다. IIT 델리와 봄베이, 마드라스, 칸푸르, 하이데라바드 등을 포함한 주요 대학과 배터리·전동화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AI·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사용자경험(UX)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 자체 연구소를 글로벌 기술개발 거점으로 키우고 LG전자가 해외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을 글로벌 프로젝트에 연결한다면 현대차그룹은 현지 대학과 연구인력까지 R&D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세계 곳곳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기업의 기술개발 네트워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도 이에 따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첫번째 단계가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에 수출’이었다면 두 번째 단계는 ‘한국에서 개발하고 세계에서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세계에서 함께 개발하고 세계에서 생산·판매’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AI와 SDV, 로봇,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서는 필요한 모든 기술과 인재를 한 국가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기술인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이 공장과 시장 확보를 넘어 ‘세계의 두뇌’를 확보하는 경쟁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미디어펜=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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