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런던 수놓은 '이건희 컬렉션'…이재용, 문화보국 이어 반도체 민간외교 총력

입력 2026-10-01 10:00:00 | 수정 2026-10-01 10:00:0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문화보국 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글로벌 핵심 반도체 동맹을 결집하는 광폭 민간외교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를 거쳐 유럽 문화의 중심지 영국박물관에 입성한 '이건희 컬렉션'을 매개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불확실성이 짙어진 글로벌 경영 환경을 돌파할 미래 사업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KH컬렉션 순회전 리셉션을 찾은 앤 공주 등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42년 만에 영국 박물관 입성…로열패밀리·정재계 240여 명 운집

삼성은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대규모 특별전으로, 영국박물관 역사상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전이다.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중 정수만을 엄선해 선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갈라 디너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는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직접 참석해 특별전 개막을 축하했으며, 영국 정·관계 주요 인사와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학계 인사 등 24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앤 공주, 앤 공주의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이 KH컬렉션 순회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3대 걸친 '문화 나눔' 강조…참전용사 헌신 기리며 한·영 혈맹 되새겨

이재용 회장은 갈라 디너 인사말을 통해 창업회장부터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삼성가의 문화유산 보존과 나눔 철학을 직접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께서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집을 시작하셨고, 이건희 선대회장께서는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작품을 모으셨다"며 "홍라희 명예관장은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며 컬렉션을 확장하는 데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이날 자리에 참석한 마이크 로 등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에게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지난 7월 한국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한 앤 공주에게도 각별한 감사를 전하며 140여 년간 이어진 한·영 양국의 혈맹과 우의를 되새겼다. 

삼성은 80여 년 전 영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 50여 년간 영국을 유럽 비즈니스의 전략 거점으로 삼아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앤 공주, 조지 오스본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사진 맨 왼쪽)과 함께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ASML·머크·자이스 CEO 총집결…'반도체 초격차' 민간외교 무대

이번 갈라 행사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이재용 회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테크 동맹'의 장으로도 기능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미래 반도체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 회장의 민간외교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현장에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 카이 베크만 머크(Merck) CEO,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ZEISS)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imec CEO 등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수장들이 총집결했다. 

ASML은 차세대 파운드리 경쟁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공급사이며, 머크와 자이스는 각각 반도체 소재 및 첨단 광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유럽 최대 반도체 종합 연구기관인 imec 역시 삼성전자와 차세대 선행 반도체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파트너사 CEO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글로벌 공급망 현안과 미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와 학계의 무게감도 남달랐다.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 카니슈카 나라얀 AI 장관, 올리버 다우든 전 부총리,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해 한·영 협력 방안에 힘을 실었다. 

재계에서는 BT그룹, 보다폰, 세인즈버리, 스탠다드차타드 경영진이 자리했으며, 옥스퍼드대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등 유수 학계 인사들도 동참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은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에 기여한 이건희 선대회장과 가족들의 헌신은 과거를 이해하는 큰 힘이자 미래를 내다보는 나침반"이라고 헌사를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 마이크 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미국 찍고 유럽으로…'인왕제색도' 등 국보급 100건으로 한국 문화 지평 확대

한편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은 국격을 높이는 문화 외교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8만 명)과 올해 시카고미술관(11만5000명) 전시에서만 총 19만5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번 영국 전시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를 비롯해 국보 10건, 보물 13건 등 총 100건의 명작이 전시된다. 특히 미국 순회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과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이 새롭게 공개돼 유럽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동시에, 민간 외교관으로서 미래 핵심 사업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파트너십을 흔들림 없이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