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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용’ 토종닭, 이제 달걀로 승부…농가 새 소득원 될까

입력 2026-10-01 14:00:00 | 수정 2026-10-01 14: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내 토종닭 산업이 고기용 중심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달걀’ 시장으로 외연을 넓힌다. 농촌진흥청이 자체 개발한 산란용 토종닭을 농가에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씨닭 생산부터 사육·품질관리·유통까지 연결하는 산업화 체계를 구축한다. 

가격 경쟁보다는 토종닭 달걀만의 품질 특성을 앞세워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농진청이 자체 개발한 산란용 토종닭을 활용해 프리미엄 달걀의 생산·유통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산란용 토종닭 생산체계./자료=농진청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한국토종닭협회와 협력해 산란용 토종닭 씨닭을 생산·공급할 거점 농장을 마련하고 생산 농가를 조직화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경북 영양군과도 협력해 농가 사육부터 달걀 선별·포장·유통까지 연계하는 지역 특화형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산란용 토종닭은 축산과학원이 보유한 토종닭 3품종 4계통을 활용해 교배·개량한 품종이다. 순계에서 원종계, 종계, 실용계로 이어지는 단계별 교배체계를 확립해 산란 능력을 높였다.

실제 사육시험에서는 생후 145일 무렵부터 산란을 시작했고, 28주령에 최고 산란율 96%를 기록했다. 64주령에도 산란율이 70% 이상 유지됐다. 평균 난중은 56g으로 시중 달걀의 L규격(기존 대란)에 해당한다. 

산란용 토종닭의 경쟁력은 대량생산보다는 ‘차별화’에 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상업용 산란계보다 생산성이 낮은 만큼 일반 달걀과 동일한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 토종닭 달걀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해 틈새·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실제 토종닭 달걀은 일반 상업용 산란계 달걀과 비교해 내부 구성과 난각색, 지방산·아미노산 조성 등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특히 노른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풍미와 고소한 맛이 나고 난황 내 단일불포화지방산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진청은 이를 일반 달걀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맛이나 소비자 선호도 역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프리미엄 달걀에 대한 소비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선란 시장에서 유정란·동물복지란·방사란·무항생제란 등 ‘특수 신선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구매금액 기준 2022년 27.5%에서 2024년 39.1%로 상승했다. 

생산방식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커지면서 토종닭 달걀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토종닭 달걀’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 가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복지나 친환경 달걀로 판매하려면 해당 인증의 시설·사육관리 기준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농진청 역시 향후 사육기술과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해 이러한 생산방식과 연계할 계획이다.

농가 보급은 우선 중소형 농가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농진청은 한국토종닭협회와 지난 4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거점 종계장 선정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협회는 생산 농가 조직화와 유통망 확보, 공동 브랜드 개발 등을 맡고, 농진청은 종자와 사육기술을 지원하게 된다.

산란용 토종닭의 달걀 껍데기 밝기는 일반란 대비 밝으며, 다양한 범위를 나타낸다. 산란용 토종닭(YDCF, 좌)과 일반란(우)의 난각색 비교./자료=농진청



경북 영양군은 산란용 토종닭을 지역 신소득 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산란계 50농가를 육성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달걀을 선별·포장해 출하하는 공공형 유통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종자와 사육기술, 현장시험 등을 지원해 생산과 유통이 결합된 지역 특화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향후 과제는 생산성과 경제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현장 실증을 통해 실제 농가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표준 사육기술과 품질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동시에 산란능력을 개선하면서도 노른자 구성과 난각색, 지방산 조성 등 토종닭 달걀의 고유 특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량을 추진한다.

농진청은 산란용 토종닭을 상업용 산란계의 대체재가 아니라 차별화된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일반 농가에 일괄 공급하는 단계가 아닌 만큼 현장 실증과 종자 공급 기반을 먼저 구축한 뒤 일정 수준의 사육 여건과 역량을 갖춘 농가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이 계획대로 정착할 경우 토종닭 산업은 삼계탕·백숙 등 계절성 육류 소비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연중 생산·판매가 가능한 달걀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생산량 경쟁이 아닌 품질과 생산방식의 차별화를 통해 농가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산업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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