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럽, 중동, 동남아 등에서 잇따라 수출 계약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지면서 수출 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앞으로도 K-방산이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 더해 기술 고도화와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 등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주 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수주를 이어가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검증된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 등 미래 전장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아울러 국가별 안보 환경과 작전 개념에 맞춰 무기체계와 지원 역량을 결합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시하는 등 수출 전략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수주를 이어가기 위해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무인차량 아리온스멧./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등을 거치면서 드론과 무인체계, 대공방어, 전장 지휘통제 등 새로운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 전차·자주포·전투기 등 전통적인 무기체계와 함께 AI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첨단 체계가 새로운 수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글로벌 방산기업들도 무인체계 드론은 물론 AI 등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며 미래 전장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은 무인체계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 전문기업과의 합작·공동개발을 통해 기술과 생산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크로아티아 무인체계 전문기업인 도킹(DOK-ING) 지분 51%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도킹의 30년 이상 축적된 무인 시스템 경쟁력과 라인메탈의 글로벌 개발, 제조 및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무인 지상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AI 기술을 결합한 무인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F-16을 기반으로 개조한 ‘X-62A 비스타’가 실제 센서 정보를 활용한 AI 통제 요격 기동에 성공하면서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의 실전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독일 방산 스타트업인 헬싱도 2029년까지 무인 전투기를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에 나섰다. 헬싱은 AI 기반 무인 전투기 ‘CA-1 유로파’를 개발 중이며, 저비용 생산체계를 활용해 미래 전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국내 방산도 AI·무인화 속도…차세대 기술 장벽 구축
국내 방산업체들도 이 같은 방산시장 흐름에 맞춰 AI·무인 기술 확보에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목적 무인차량과 무인 수색차량 등 지상 무인 플랫폼에 AI 기반 자율주행과 표적 자동인식 기능을 탑재하며 무인체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 최근 ‘K-무인기’ 생태계 구축에 나선 가운데 대형 무인기와 중소형 군용 드론을 개발·양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로템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앞세워 무인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K2 전차에도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AI 기반 무인포탑형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를 K2 전차에 탑재해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AI와 유무인 복합체계를 미래 사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KAI는 다목적 무인기와 AI 파일럿 기반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해 유·무인 복합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가 무인 편대를 지휘해 정찰 및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로 미래 항공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LIG D&A는 정밀유도무기 역량에 AI 기반 센서 융합 기술과 무인 수상정·잠수정 등 해양 무인체계 기술을 더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하고 무인 플랫폼의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무기체계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기존에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가성비와 빠른 납기, 검증된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앞으로는 AI와 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을 기존 무기체계에 접목해 제품의 차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 기술 경쟁력을 더해 수출 경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또 기존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유도무기 등에 AI와 자율화 기술을 접목하면 기존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수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와 무인 기술에서 뒤처지면 향후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도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더 속도를 높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패키지도 수출 핵심 요소…지속 수주 기반 마련
국가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무기체계라도 국가별 지형과 작전 환경, 기존 군 장비, 산업 기반 등에 따라 요구되는 사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완제품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전투체계와 레이더, 지휘통제, 무인체계, 탄약, 정비·후속지원 등을 묶어 통합 패키지 수출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전략은 앞서 거론된 현지화와도 맞물린다.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당 국가에 필요한 무기체계와 정비·후속지원, AI·무인체계 등을 함께 제시하면 단일 제품 중심의 수주보다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지화가 생산 측면의 경쟁력이라면 맞춤형 패키지는 제품과 서비스 측면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인 셈이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와의 협력은 맞춤형 패키지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을 통해 방산을 육성하고 있는데, 한화그룹은 육·해·공 분야를 묶은 통합 패키지를 통해 안보와 산업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도 자국이 필요로 하는 전력 구조를 한 번에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통합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전차나 자주포 등을 도입하면서 무인정찰체계와 대드론 방어망, 지휘통제체계, 탄약과 정비지원까지 함께 구축할 수 있어 전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K-방산의 다음 경쟁력은 기존의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 첨단 기술과 맞춤형 솔루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주력 무기체계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AI·무인화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하고 국가별 수요에 맞는 통합 패키지를 제시해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와 무인체계 등 미래 전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 개발에 집중하고, 국가별 맞춤형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면 2030년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이라는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