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에서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설상가상 전월세값마저 치솟으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기도 빌리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상황은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집권 초반 60%를 웃돌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현재 30%대로 추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정책은 민심이다. 신뢰 회복의 바로미터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시장이 흘러갈지 ①매매와 ②전월세 시장으로 나눠 진단하고 전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깊어지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에 정부 대책의 부작용이 맞물리면서 갈아탈 전세 집을 찾기도, 새 집의 치솟은 월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등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마저 단기적인 땜질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깊어지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갈아탈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진 데다, 월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심화하는 '전월세 대란'…정부 부동산 대책 겹친 무주택자 '시름'
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15일 2만4369건에서 지난달 23일 2만542건으로 15.7% 줄었다. 추석 연휴 직후 매물은 1만9569건으로 연휴 직전인 23일보다 970건 더 쪼그라들었다.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19.7%에 달한다. 경기 지역 전세 매물 역시 40.9% 가량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 매물이 늘어난 곳은 신축 대단지 입주가 있던 은평·서초와 강동뿐이다. 동대문구(71.5%)와 구로구(63.8%), 중랑구(63.5%), 금천구(55.2%)는 매물이 절반 넘게 사라졌고, 노원구(50.8%)와 도봉구(47.7%)도 매물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수도권 임대차 시장을 조인 1차 요인은 공급 공백이다. 주택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착공 물량이 축소되면서 새 아파트 입주 기반이 약해졌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임대 매물 감소를 부추기며 전월세 품귀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10·15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 지역 아파트를 사려면 원칙적으로 실거주 목적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기 수요를 누르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한다는 취지로, 매수 직후 전세를 놓아 보증금을 매수 자금에 쓰는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이 제도가 투기 수요를 걸러내는 동시에 임대를 전제로 한 주택 거래까지 제약한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사는 집을 사서 기존 임대차를 승계하는 방식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면서 임대수익을 노린 매수 수요가 줄었다. 소유주가 바뀌어도 임대가 계속되던 거래 경로가 막히면서 민간 임대주택의 순환 자체가 둔화됐다는 진단이다.
세제도 변수다. 올해 나온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에 다주택자 세제 변화까지 겹치면서 임대사업자 등의 보유·매각 판단이 복잡해졌다. 등록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의 큰 축을 이루는 임대인이다. 이들의 세제 혜택이 줄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그 비용이 임대료 인상이나 매물 감소로 임차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
매물이 떨어지자 세입자의 이동도 위축됐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263건으로 1년 전보다 3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전세 계약에서 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에서 58.9%로 15.2%포인트 올랐다. 새 집을 구하기보다 살던 집에 머무는 세입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가격 부담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9월 셋째 주(21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은 8%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의 4배를 웃돈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3만 원으로 2년 전인 2024년 8월(5억5395만 원)보다 8268만 원(14.9%) 비싸다.
2년 전 전셋집을 구한 가구가 지금 같은 조건으로 새로 계약하려면 평균 8000만 원 넘는 목돈을 더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중위 전세가격은 같은 기간 4억8000만 원에서 5억6000만 원으로 16.7% 상승했다. 서울의 2년간 상승률은 경기(11.4%)와 인천(8.5%)을 웃돌았고, 평균 전셋값은 임대차2법 시행 이후 급등기였던 2022년 1월(6억3424만 원)도 넘어섰다.
월세의 오름폭은 더 두드러진다. 8월 서울 아파트 보증부 월세의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2년 전(132만 원)보다 32만1000원 불어 상승률이 2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14.9%)을 10%포인트 가까이 상회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 중개업자들 대부분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한다. 문의는 많이 오는데 실제로 보여줄 집이 없다"며 "기존 세입자들은 갱신권을 사용해서 전월세 연장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고, 주인이나 가족이 직접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 입주 절반 가까이 준다…2028년 이주 수요는 3배 육박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7603가구로 1년 전(3만4339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48.7%). 올해 7월부터 2028년 6월까지 2년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4만9668가구로, 직전 2년 입주 전망치(8만9188가구)보다 44.3% 적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는 이 시기에 몰린다. 서울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낸 '2026~2030년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 자료를 보면, 향후 5년간 서울 207개 정비사업장에서 17만9310가구가 이주한다.
연도별로는 올해 2만4844가구에서 내년 1만3446가구로 감소했다가 2028년 4만5256가구로 급증한다. 이후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가 터를 옮겨야 한다.
같은 기간 부동산114 집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6035가구, 2027년 2만2657가구, 2028년 1만5388가구로 2년간 40.9% 하락한다. 2028년에는 이주 물량이 입주 물량의 2.9배에 이르게 된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회복도 더뎌 이주 수요를 흡수할 여력이 크지 않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2026~2028년 강남구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주하는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1만163가구가 이주하지만 입주는 857가구에 불과하다. 이주 물량이 입주의 약 12배다. 서대문구는 이주 9889가구에 입주 1236가구로 8배, 영등포구는 이주 8073가구에 입주 1721가구로 4.7배 수준이다. 송파구도 이주 7586가구가 입주 3247가구의 2.4배에 육박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 같은 제도들은 실거주를 전제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필연적으로 임대차 매물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 일몰하고 관련돼 임대차 시장의 물량이 더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실거주 유예 1년 더…시장 안정 효과는 '글쎄'
정부도 불안한 임대차 시장을 달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를 넓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살 때 적용하는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시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한다. 지난 5월 도입된 이 제도는 무주택자가 세입자 거주 주택을 사면 최초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미뤄주는 내용으로, 이번에 인정 범위를 갱신계약 기간까지 넓혔다.
갱신계약을 활용하려면 유예 신청 전에 갱신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경우 시행일부터 최장 3년 3개월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다만 매수자는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입주 후에는 2년 거주 의무가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달 18일 입법예고한 뒤 이달 1일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세입자의 거주 기간을 한시적으로 보장할 수는 있지만, 실거주를 전제로 한 매매가 이뤄지면 결국 해당 주택은 임대 시장에서 빠지게 된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신규 임대 수요가 발생하는데, 이를 받아줄 매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전월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세입자는 유예 기간 안에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집주인이 매도할 의향이 없어야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정책 취지대로 해당 주택이 매도된다면 기존 세입자는 이사할 집을 새로 구해야 하고, 기존 전세금으로 살던 집을 매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적용 시점을 이연한 조치인 만큼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가격 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목표는 당분간 달성될 수 있지만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전월세시장 안정의 핵심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있다고 본다. 규제 완화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실질적인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금리 수준과 세제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3기 신도시 등 체감할 수 있는 대규모 공급 물량이 조속히 가시화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랩장은 "방법은 공급뿐"이라며 "소유자의 체감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매입임대 확대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급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지금부터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점검하고 이에 대응하는 보완책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