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와 쟁의행위 등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원청 기업과 하청노조 간 첫 단체교섭 타결 사례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물리적 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물리적 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6명은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 내 선행도장공장 지붕과 시스템발판 조립장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원청인 한화오션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월 시작된 천막농성에서 투쟁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번 노사 갈등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이 자리 잡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 역시 하청노조에 대한 교섭 책임 범위를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현장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단체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등을 맡는 웰리브지회는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웰리브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한화오션은 이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한화오션은 고공농성을 정당성이 없는 불법 점거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협력사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상생을 위한 노력과 별개로 사업장 내 불법행위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한화오션이 중노위의 재심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한화오션 측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교섭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하청노조 투쟁 수위 높아질까 ‘노심초사’
산업계도 이번 한화오션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고공농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비슷한 갈등이 다른 산업현장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섭 대상과 범위, 쟁의행위의 정당성 등을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가운데 어디까지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고공농성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생산시설과 작업장 내 안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원청이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협상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면서 갈등도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한화오션 사태에 대해 반발하며 향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금속노조은 성명문을 내고 “하청 노동자 권리 지연 사태를 가만히 둘 수 없다”며 “소송전으로 임하면 금속노조는 전례 없는 투쟁으로 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하청노조가 물리적 행동에 나설 경우 생산 차질과 안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 절차와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하청노조와의 협상이 임금과 성과급 등 처우 개선 요구로 이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한화오션 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과 함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직접 교섭 요구가 성과급과 임금 등 직접적인 재정 요구로 확대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하청노조의 실질적 처우 개선 요구가 정면충돌하는 현상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하청노조가 임금 및 성과급에 대해서도 요구하는 사례가 확산되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게 된다”며 “하청노조의 투쟁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가 않아 현장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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