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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엘리엇 10년 딜레마…‘정치 실패’가 낳은 국제 패소 부메랑

입력 2026-10-03 09:51:24 | 수정 2026-10-03 09:51:2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 대한민국 정부 간의 국제투자분쟁(ISDS) 환송중재에서 정부가 다시 패소 판정을 받으며 약 680억 원의 배상 원금과 지연이자 등 1000억 원 안팎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촉발된 이번 사안은 국내 형사재판에서 국가 권력의 부당 개입을 입증해 유죄를 이끌어낸 논리가, 국제 통상법정에서는 정부의 불법행위를 자인한 꼴이 돼 패소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정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촉발된 이번 사안은 국내 형사재판에서 국가 권력의 부당 개입을 입증해 유죄를 이끌어낸 논리가, 국제 통상법정에서는 정부의 불법행위를 자인한 꼴이 돼 패소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정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청와대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0여 년간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 표적 수사와 무리한 기소에 치중한 나머지, 대외 통상 분쟁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 국내 형사판결, 국제법정선 ‘정부 책임 자인’ 스모킹건으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쟁점은 과거 국정농단 수사와 형사재판 과정에서 확정된 ‘정부의 불법 개입’ 사실관계가 국제 중재에서 그대로 인용됐다는 점이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시장에서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맞선 경영권 방어라는 시각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러나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사법 당국의 수사는 ‘국가 권력과 대기업의 유착’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과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2022년 이들의 유죄를 확정했다. 

국내 형사사법 체계상 직권남용 단죄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 과정에서 국가 대외 통상 및 투자 분쟁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정무적 검토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에서 엘리엇 측의 핵심 입증 자료는 한국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유죄 판결문이었다. 

정부 사법기관이 직접 “국가 권력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한 기록이 고스란히 국가의 배상 책임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쓰인 셈이다.

◆ 취소소송과 시간 끌기… 불어난 지연이자와 연쇄 소송 부담

이후 2023년 법무부는 1차 중재판정에서 패소하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국가의 행위로 귀속될 수 없다”며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형사재판에서는 국민연금이 복지부의 위법한 지휘를 받는 구조였다고 판단한 반면, 국제법정에서는 독립된 기관이라고 주장하는 법리적 상충이 발생했다. 영국 법원의 취소 결정으로 사건이 환송됐으나, 환송중재 판정부는 동일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정부 패소 판정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수년에 걸친 소송 비용과 연 5% 안팎의 지연이자가 누적돼 국고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판정문 분석 후 추가 불복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메이슨 캐피털 등 유사한 쟁점으로 계류 중인 다른 ISDS 사건들까지 고려하면 잠재적 재정 손실과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외 분쟁 리스크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기업을 겨냥한 정치적 사법 단죄에 매몰된 결과”라며 “무리한 기소로 국내 본안 재판에서 합병의 위법성을 온전히 입증하지도 못한 채, 공적 수사 기록만 상대방의 공격 무기가 돼 천문학적인 세부담을 자초했다”고 짚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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