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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원유 다변화…정유업계, 공급망·설비 부담 여전

입력 2026-10-04 10:22:02 | 수정 2026-10-04 10:34:50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중동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도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독려하고 나섰다. 다만 높은 도입 비용과 중동산 원유에 맞춰진 국내 정제설비 등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높은 도입 비용과 중동산 원유에 맞춰진 국내 정제설비 등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70.9%를 기록했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중동산 비중이 55.6%로 낮아지며 15.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비중동산 원유 비중은 29.1%에서 44.4%로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인 도입이 어려워졌고, 이는 원유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실제 정유사들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를 비롯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원유 도입처를 넓히면서 중동산 원유 도입의 불안정성에 대응했다. 

정부도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북미·유럽·아프리카 등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추가 운임 환급 한도를 25%에서 최대 1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2035년까지 특정 지역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설비 개조·운임 부담”…‘탈중동’ 위한 과제도 여전

문제는 중동산 원유를 다른 지역의 원유로 단순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십년간 중동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면서 원유의 품질과 성상에 맞춰 정제설비를 운영해왔다. 특히 국내 정유설비는 상대적으로 중질유를 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데 강점을 갖도록 고도화돼 있다. 

미국산 등 일부 경질유나 캐나다산 중질유처럼 성상이 다른 원유의 투입 비중을 갑자기 높이면 기존 설비의 최적 운전 조건과 제품 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비중동산 원유 비중이 늘어나면 서로 다른 성상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정유사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원유 가격과 물류비 역시 부담이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운송 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수송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북미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할 경우 운송 거리와 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운임과 보험료 등 부대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비중동산 원유의 경우 현물 계약으로 가격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는 정부에서 ‘다변화 원유 수입부과금 환급제도’를 통해 추가 운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향후 정부 지원이 종료되거나 지원이 축소될 경우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다. 단순히 새로운 산유국에서 원유를 한두 차례 구매하는 것과 실제 조달처로 정착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생산량과 품질, 선적항의 수출 능력, 운송 경로,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처를 확보하더라도 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정유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는 국내 정제설비를 미국산 같은 경질유에 맞게 전환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 지원과 정제기술 고도화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해서는 실제 설비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 규모와 함께 장기적인 정책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고 있지만 중동산 원유의 공급이 다시 안정화되면 가격과 운송비 등을 고려해 기존 도입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며 “원유 도입처 다변화를 지속가능한 공급망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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