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축구가 대회 4연패의 위업을 이뤘지만,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에 대해 일부 선수들이 경솔한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켜 금메달의 가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3일 열린 일본과 결승전에서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이어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속 금메달 쾌거였다.
특히 일본과 맞붙어 이기며 아시안게임 사상 첫 축구 4연패 금자탑을 쌓아 큰 박수와 축하를 받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곧바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금메달=병역면제'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대놓고 '군대 안 간다'고 자랑하는 선수들의 말과 행동이 거센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딴 대표선수들이 세리머리를 펼치고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병역 면제 관련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여 금메달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이번 대표팀에 와일드카드(23세 이상)로 합류해 주장을 맡은 이기혁(강원FC)은 금메달 획득 후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 간절했고 절실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덜어내 뜻깊다"면서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고 금메달을 들어올려 보였다.
일본전에서 엄지성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던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오직 병역 혜택 하나만 보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것처럼 말했다.
박승수(뉴캐슬)는 개인 SNS에 금메달 획득 후 전역한 장병들이 쓰는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리면서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것을 드러내좋고 자랑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가 국위 선양이나 대표로서의 책임감, 응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감사함을 우선적으로 나타내는 대신 자신이 받게 된 병역 특례 혜택을 굳이 강조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
가뜩이나 최근 북한 지뢰 폭파로 대한민국 장병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병역 문제를 두고 국가대표 선수가 이런 가벼운 언행을 했다는 점 때문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언행을 한 선수들은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기혁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양민혁은 자신의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는 "병역 혜택이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승수도 문제가 된 사진을 내리고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 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다.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고 해명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는 글을 게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드린다"며 "선수들은 이번 결과로 얻어진 혜택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으며, 향후 예술체육요원에게 주어지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다.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번 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수상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두고 다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금, 은, 동메달을 획득한 병역미필 선수들에게는 병역특례제도가 적용돼 기초군사훈련만 이수하면 병역을 면제해주고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