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호남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지역에서 직접 활용하고 기존 수자원을 활용하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송전망 구축 일정을 앞당기는 과정의 현실성과 재생에너지의 발전 변동성, 가뭄 발생에 대비한 용수 확보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 결정 과정부터 전력망 구축, 용수 공급 계획까지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전력 공급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윤재욱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을 위해 1단계 송전선로 구축 시점을 당초 2029년 말에서 2028년으로 앞당긴 것을 문제 삼았다. 최근 10년간 준공된 345㎸ 지중 송전사업의 실제 공사 기간을 근거로 제시하며 계획대로 1년가량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지 따져 물었다.
윤 의원은 사실상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력망 구축 일정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시점에 맞춰 송전망이 실제로 완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존 전력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영광 한빛원전에서 신광주변전소로 이어지는 345㎸ 전력선에서 분기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32㎞ 구간을 한 회사가 전부 하느냐, 10㎞ 단위 또는 500m 단위로 끊느냐에 따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송전선로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전력망과 연계해 필요한 구간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면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 자체가 충분한지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호남의 기저전원인 한빛원전의 연간 발전량과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상 전력 수요를 비교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의문을 제기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피크 시간대 발전량이 제한적인 만큼 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하더라도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순간적인 전력 품질 저하나 공급 중단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단순 발전량뿐 아니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중요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호남의 전력 수급 구조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호남은 그동안 산업 수요가 없어서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올려보내는 일만 해왔다”며 “평균하면 대략 3~5GW 가까이가 호남에서 생산돼 수도권 공급용으로 쓰여온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전력 가운데 상당량이 지역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송전돼 왔던 만큼, 반도체 산업을 호남에 유치하면 기존에 외부로 보내던 전력을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또 호남지역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 문제를 언급하며 전력망 활용 측면에서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남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송전망 제약으로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지역에 들어서면 지역 내 전력 소비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답변이다.
정부는 전문가와 관계기관 검토 결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4GW 규모의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신한울 3·4호기와 동해안 지역의 전력 등을 상호 융통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급을 보완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용수 공급 역시 국감장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65만 톤 규모의 용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가뭄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한지 따져 물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이 생산시설 운영에 필수적인 만큼, 평상시 공급량뿐 아니라 가뭄 등 비상 상황에서의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용수 문제도 충분하게 잘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의 물 부족 문제가 아니라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부족했던 것이 기존의 문제였다는 설명도 내놨다. 김 장관은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산업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생겼던 일”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2~3GW와 용수 65만 톤은 새로운 산업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공급 가능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입지 결정 과정도 국감에서 논란이 됐다.
윤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입지와 관련해 “정부는 호남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신 것이고, 저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잘해 주시면 저희는 거기다 짓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인지, 정부가 사실상 입지를 결정한 것인지 김 장관에게 질의했다. 호남 외 다른 후보지에 대한 검토 여부와 입지 선정 과정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입지 선정 과정의 세부적인 내용은 산업통상부 소관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호남의 전력과 용수 공급 가능성에 대해 관계부처 간 검토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균형발전과 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과 남동 임해지역,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산업 성장의 공간적 편중을 지적하면서 첨단산업의 입지 조건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첨단산업에는 대규모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가 필요하지만 이미 개발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추가적인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호남의 입지 경쟁력을 강조했다.
신 의원은 호남 반도체 산단을 두고 제기된 ‘대기업 팔 비틀기’나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기업에 호남 투자를 강요했다는 시각에 대해 “사안의 본질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의 입지 결정 이후 실제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전력망과 용수 공급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감에서 메가프로젝트로 추진을 두고 발전량 총량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 송전망 구축의 실제 공사 기간,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 가뭄 때의 용수 공급 능력 등이 잇따라 제기된 만큼 구체적인 송전망 준공 일정과 단계별 전력 확보량, 용수원별 공급량 및 가뭄 대응계획을 얼마나 촘촘하게 제시하느냐가 사업 추진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