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가 7일 시작부터 농지 전수조사와 영농형 태양광 정책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한차례 파행을 빚었다. 여야 의원들이 국감장에 설치된 피켓을 놓고 충돌하면서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감사가 한 차례 정회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날 농식품부 국감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는 내용의 피켓을 부착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피켓 철거를 요구하면서 증인 선서와 업무보고에 앞서 의사진행발언부터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농지조사를 통해 농민을 보호하고 농지를 농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농지 전수조사가 농민을 몰아낸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라고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 역시 농민의 소득 증진을 위한 수단이라며 피켓 철거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정부가 농민들에게는 직접 농사를 지으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농지의 태양광 활용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농민들에게 직접 농사지으라며 농지 전수조사까지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거듭 농지의 태양광 활용을 언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켓에 대해서는 국감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농정이 앞뒤가 맞는지, 정부의 농지정책 원칙은 무엇인지 강력히 묻고자 한다는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농민의 농외소득을 늘리기 위해 여야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지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농민의 농외소득을 늘리기 위해 여야가 논의해 마련한 제도”라며 “법안을 심사하고 통과시켰던 전반기 농해수위의 과정에 대해서까지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피켓 철거 요구가 이어지자 서삼석 농해수위 위원장도 야당의 주장이 충분히 전달됐다며 철거를 권고했다. 김선교 야당 간사는 결국 피켓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감사는 결국 한 차례 정회됐다.
농지 전수조사 ‘준비·순서·소통’ 집중 질타
정회 이후 이어진 본격적인 질의에서도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지적은 계속됐다.
농지 전수조사 자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에서 농민들의 반발과 불안이 커지기까지 정부의 준비와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농식품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괴담도 반복이 되면 진실이라고 믿는다”며 “사실을 비틀어서 진실을 왜곡하면 결국 괴담이 되는데 지금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괴담이 연타로 나오고 이를 사실처럼 믿고 있는데, 그걸 알고 있는가”라며 “지금까지 이렇게 될 때가 도대체 뭐하고 있었나”라고 농식품부의 대응을 따져 물었다.
민주당 김성범 의원 역시 정부의 메시지 관리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대응을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직접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상황 메시지 관리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농식품부 차원의 총력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가 장·차관 주재로 매일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한 데 대해서는 임시 태스크포스(TF) 구성 여부를 물었고, 농식품부는 현재 TF를 구성하고 있으며 외부기관과 관계기관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시군별 담당자를 선정해 지방정부 대응 상황을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지방정부에 맡길 일이 아니다”라며 “농식품부에서 책임지고 각 지역과 농민, 관련 단체와 직접 소통하면서 설명하고 추가적으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각오를 가지고 해달라”며 농식품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수조사 필요하지만 지금은 중단해야”…여야서 ‘순서’ 문제 제기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농민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전수조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며 “어느 정부든 해야 되는 일이고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농지법과 농지 처분명령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농민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금 현재 농지법 자체를 가지고, 더군다나 농지 처분명령까지 할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까지 된 상황에서 이런 법 자체를 가지고 농지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뒤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농민들이 관행적으로 이웃 주민이나 전업농에게 농지를 빌려주는 등의 현실을 현행 농지법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조 의원은 “관례적으로 이웃 주민에게 빌려주고 전업농들, 농기계를 가지고 있는 농민들에게 임대해 주고 있는 상황들을 완전히 무시하는데 농민들은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지 전수조사를 우선 중단하고 농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나 특별조치법 등을 먼저 마련한 뒤 농지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농지 전수조사를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며 “후속 대책으로 농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나 특별조치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장식 “홍보 부족 아닌 준비·순서 문제”…농지은행·연금까지 연계 지적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이 단순히 홍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관련 대책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먼저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농지은행과 농지연금의 대기 물량을 거론하며 전수조사에 앞서 농민들의 농지 이용과 금융 여건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살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에 따르면 농지은행의 대기 물량은 3320㏊에 달하며, 충남의 경우 740㏊가 대기 중이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북의 경우 26~27개월, 충남 16개월, 제주 17개월, 경남 18개월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농지연금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자가 8개월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일부 지역에서 대기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것은 홍보의 부족이 아니다”며 “농지 전수조사 전에 농지은행과 농지연금, 농업금융에 어떤 부담과 어려움이 발생할지를 미리 조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가 농지 전수조사에 앞서 농지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특별법 제정과 별도 추진체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농식품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하기 전에 이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왜 준비하지 않았느냐”며 “특별조치법도 먼저 내놓고 이미 입법조사처에서 했던 얘기를 왜 농식품부에서는 하나도 안 하고 일을 거꾸로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농민의 신뢰가 떨어지면 회복되기 어렵다”며 “한 번 돌아선 농심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가 단순히 홍보 부족으로 상황을 설명할 것이 아니라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장관이 정무적·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농형 태양광 놓고도 공방…“10년이면 농지 절반 태양광” 주장
영농형 태양광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농해수위가 그동안 영농형 태양광 자체를 반대해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 확대를 논의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농지 전용을 통한 태양광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농지 보전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농해수위 위원들이 그간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확대하자는 분위기였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면 10년만 지나도 농지의 절반은 태양광으로 바뀐다”며 “국무위원이 대통령이 잘 모르는 것 같으면 알려줘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들 의원들 이외에도 농지 전수조사 자체의 필요성보다는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농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농지법상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 등을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대다수 일반적·관행적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처분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조사 필요성에 대한 찬반을 넘어 조사에 앞선 제도적 보완과 현장 소통, 농민 불안 해소 대책이 충분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농업 기반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부터 느끼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향후 국감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