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카카오의 인적분할을 앞두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피지컬 AI 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을 확대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에서 쌓은 배차와 경로 최적화, 관제 기술을 산업 현장과 국방 등으로 넓히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축적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피지컬 AI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X에서 맡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027년 1월 1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와 광고, 커머스 사업을 맡고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와 미래 투자를 담당한다.
카카오X가 미래 성장 영역으로 제시한 분야 중 하나가 피지컬 AI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초 피지컬 AI 부문을 신설하고 웨이모 출신 김진규 부사장을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자율주행과 로봇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며 피지컬 AI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운영하며 수요예측과 배차, 경로 최적화, 관제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용자의 호출에 맞춰 차량을 배치하고 이동 경로를 계산해온 경험은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여러 이동체를 운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기술과 운영 경험을 피지컬 AI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동차뿐 아니라 배송 로봇과 무인 지게차 등으로 기술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로봇 제조사와 협력해 이동·관제 기술을 접목하고 산업 현장에 필요한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또 기존 카카오T에서 사람과 차량을 연결해왔다면 앞으로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산업 장비 등 다양한 이동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 카카오T 운영 기술, 자율주행 넘어 로봇·국방으로
이 가운데 자율주행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 도로에서 기술과 서비스 운영을 함께 검증하고 있는 분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강남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호출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강남 시범운행지구에서 심야 자율주행 서비스 '서울자율차'를 시작한 뒤 운행 차량을 2대에서 8월 6대로 늘렸다. 누적 운행거리는 1만3000km, 운행 완료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으며 이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4.97점을 기록했다.
자율주행차 호출에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대신 기존 카카오T를 활용한다. 강남 심야 자율주행 이용자의 97%가 카카오T를 통해 차량을 호출했으며 차량 가동률은 82.5%를 기록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플랫폼의 이용자와 호출 체계를 활용해 실제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 체계도 갖췄다. 24시간 고객지원과 현장 출동 체계를 운영하고 자율주행 통합 관제시스템(AICS)을 통해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차량 운행부터 관제와 고객 대응까지 자율주행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과정도 함께 검증하고 있다.
주행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말까지 차량의 인지와 판단을 하나의 AI 모델이 수행하는 엔드투엔드(E2E) 모델로 통합할 계획이다. 강남 도심을 운행하며 확보한 끼어들기와 불법 유턴 등 다양한 주행 상황의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AI가 내린 판단은 교통법규와 물리적 조건 등을 반영한 안전평가기가 다시 검증하도록 설계했다.
자율주행과 함께 로봇·산업 분야에서도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로보티즈와 호텔 로봇 배송 서비스를 구현하고 HL로보틱스와 로봇 발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는 산업 물류 현장의 무인 지게차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피지컬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고려대학교 C5ISRT융합연구원과 국방 AI 분야 연구·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드론과 다족보행로봇, 무인지상차량(UGV) 등 무인 장비를 통합 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종류와 역할이 다른 무인 장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임무와 현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배치하고 이동 경로를 정하는 한편, 운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여러 대의 이동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확보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사업이 여러 현장으로 이어지면서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심 도로와 물류 현장, 국방 환경은 이동체의 종류와 운용 조건이 서로 다른 만큼 기술을 각각의 현장에 맞게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사업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개별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성능만으로 사업성이 결정되는 시장은 아니다"라며 "실제 수요에 맞춰 여러 이동체를 배치하고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계속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자율주행과 로봇에 얼마나 정교하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