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프랑스의 재정 상황이 구제 불능의 위험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디어펜=김종현 기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프랑스의 재정 상황이 구제 불능의 위험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크루그먼은 지난 8일 개인블로그에 '프랑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부제는 "유럽 2위 경제대국 구제하기엔 너무 커져버렸는가"였다.
CNBC 등에 따르면 이 글에서 크루그먼은 프랑스 재정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연금개혁 실패를 정조준했다. 인구는 빠르게 늙어가는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은퇴연령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등 프랑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현재의 연금 혜택과 은퇴 나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크루그먼은 현재 프랑스의 상황이 과거 유로존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던 남유럽 재정위기의 데자뷔라고 경고했다. 시장의 신뢰 상실 → 국채 금리 급등 및 자본 유출 → 국가 부도 위험 상승 → 더 심각한 자본 유출로 이어지는 '공포의 악순환(Vicious Circle)'이 프랑스에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가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독자 화폐가 없는 상황에서 "매우 추악하고 파괴적인 위기(Ugly Crisis)"로 번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2012년 당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한마디로 시장을 진정시켰지만 크루그먼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과거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ECB의 구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막대한 지출 삭감'인 고통스런 긴축을 감내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지만 현재 프랑스는 학생 시위와 정치적 마비로 인해 '재정적 책임감(Fiscal Responsibility)'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크루그먼은 유로존 2위인 프랑스를 구제하는 것은 ECB에 "지나치게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프랑스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데도 ECB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제금융에 나선다면, 독일 등 다른 유럽 회원국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유럽의 결속과 단합을 완전히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약 3조6,00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달해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저금리 시절에 빌린 막대한 빚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최근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24년 만의 최고치인 4.9% 안팎까지 폭등하면서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이 파탄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루그먼은 과거 예일대학교,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스탠퍼드 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특히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한 후 은퇴해 현재는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