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들의 반란이 거세다. 압도적인 팬덤과 집객력을 무기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 지형을 재편하는 것을 넘어 해외 주요 유통 채널에 잇따라 매장을 내며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최근 멕시코 프리미엄 백화점인 팔라시오 데 히에로에 상시 매장을 열었다. K뷰티 브랜드로서 첫 매장 입점이다. 올해 상반기 멕시코 코요아칸 지역 오아시스 쇼핑센터에서 단독 팝업 매장을 운영한 데 이어 이번엔 상시 판매 채널을 확보한 것이다. 나아가 에이피알은 이달 중 팔라시오 데 히에로 코요아칸점에도 추가 입점할 계획이다.
구다이글로벌의 글로벌 한방 뷰티 브랜드 조선미녀는 K뷰티 브랜드 최초로 호주 대표 유통체인 콜스 전국 800개 매장에 입점했다. 콜스는 호주 전역에 점포를 둔 대형 생활 유통체인이다. 이번 입점으로 호주 현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마켓에서도 K뷰티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구다이글로벌 산하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의 얼타뷰티 입점 매장 수는 올해 700곳을 넘어섰다. 얼타뷰티는 미국 전역에 1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현지 최대 규모의 뷰티 전문점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2월 미국 화장품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했다. 얼타뷰티 입점과 현지 유통은 인수한 구다이글로벌USA(전 한성SUA)가 담당하고 있다.
마뗑킴 올해 가을·겨울(FW) 화보./사진=무신사 제공
◆ K패션도 열도 장악...마뗑킴, 무신사와 점포 확장 속도
뷰티뿐만 아니라 패션 인디 브랜드의 활약도 거세다. 하고하우스가 투자한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오는 23일 홋카이도 삿포로에 일본 5호점인 '마뗑킴 삿포로 파르코점'을 연다.
앞서 1호점인 도쿄 미야시타 파크를 시작으로, 2호점 나고야 파르코, 3호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4호점 오사카 루쿠아 등 일본 주요 거점 상권에 잇따라 매장을 낸 데 이어 이번에는 홋카이도 최대 도시인 삿포로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현재 마뗑킴의 일본 현지 오프라인 매장 출점과 운영 등 유통·판매 전반은 무신사가 맡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024년 마뗑킴과 일본 총판 계약을 맺고 현지 오프라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다. 계약 기간인 2029년까지 일본 내 마뗑킴 매장을 15곳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무신사는 지난 2024년 여성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일본 총판 계약을 맺고 현지 오프라인 매장 출점과 운영 등 유통·판매 전반을 맡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9년까지로, 회사는 이때까지 일본 내 마뗑킴 매장을 15곳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들 신진 브랜드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가의 공간 권력도 빠르게 접수하고 있다. 마뗑킴과 퓌 등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인디 브랜드들은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이른바 '노른자위' 상권을 꿰차며 오프라인 공간 재편을 주도 중이다.
과거 객단가가 높고 점포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대기업 브랜드 전유물이었던 1층 입구 자리를 신진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조선미녀 팝업스토어에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사진=구다이글로벌 제공
◆ K뷰티 수출 중 인디 브랜드 비중 70%...비결은 '민첩성'
인디 브랜드들의 맹활약은 거시적인 수출 지표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70억 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중소기업(인디 브랜드) 수출액(50억7000만 달러) 비중이 전체의 70%를 웃돌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또 과거 중국에 치중됐던 수출국은 미국(14억5000만 달러)이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일본,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K뷰티의 체질이 중소 브랜드 중심으로 완벽히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패션은 기관별로 집계 기준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기준 지난해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디 브랜드들의 국내외 압도적 성과 배경에는 대기업이 흉내 내기 힘든 '속도전'과 '민첩성'이 꼽힌다. 기성 대기업 브랜드가 신제품 기획부터 생산, 출시까지 반년 이상 소요되는 반면, 인디 브랜드들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단 1~2개월 만에 모든 과정을 끝마친다.
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조직 구조와 보수적인 기획에 갇혀 있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주춤한 사이, 기민한 상품 기획력과 팬덤으로 무장한 인디 브랜드들이 온·오프라인 주도권 확보하고 있다"며 "단순한 팝업 유행을 넘어 글로벌 핵심 유통 채널 정식 매장 안착까지 주도하는 만큼 K패션·뷰티의 수출 지형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