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산 비만 신약 에페의 시장 안착을 앞두고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 추진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에페가 낮은 약가를 앞세워 비급여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위고비가 보험 적용을 받으면 환자 부담을 낮춰 가격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비만약 시장의 경쟁축이 단순한 공급가 비교에서 급여 적용 여부와 장기 치료비를 둘러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위고비./사진=Flickr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이달 말 공급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에페는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생산 기반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입 제품 중심의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 에페, 위고비·마운자로보다 낮은 가격 승부…유지용량 비용이 관건
에페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요소는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에페의 최저 용량인 2㎎ 4주분 가격이 10만 원대 후반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제품의 공급가와 비교하면 에페가 내세울 가격 경쟁력은 뚜렷하다. 위고비의 시작용량인 0.25㎎ 4주분 공급가는 21만6000원, 마운자로의 시작용량인 2.5㎎ 4주분 공급가는 27만8000원이다. 에페의 예상 가격을 18만 원으로 가정하면 위고비보다 약 16.7%, 마운자로보다 약 35.3%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비만치료제는 초회 투약 비용만으로 가격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다. 치료 과정에서 투여 용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지용량의 월별 비용이 장기 치료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에페는 2㎎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10㎎ 유지용량을 포함한 용량별 가격이 공개돼야 제품 간 실질적인 비용 비교가 가능하다. 한미약품이 초기 가격을 낮추더라도 유지용량 가격을 경쟁력 있게 책정하지 못하면 장기 처방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효능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평가도 처방 확대에 영향을 미친다. 에페의 비만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는 40주간 평균 체중 감소율 9.75%가 회사의 중간 톱라인 결과로 공개됐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반영된 분석값은 9.02%다. 위고비의 대표 임상인 스텝 1에서 보고된 68주 평균 체중 감소율은 14.9%다.
에페는 국내 생산 체계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에페가 생산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으며 한미약품이 제시한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프리필드시린지 2000만 개 수준이다.
◆ 위고비 급여 신청에 경쟁 구도 변화…마운자로 선두 속 에페 입지 시험
에페의 가격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는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다. 한국 노보노디스크는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대상에는 고도비만 환자와 확증된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과체중·비만 환자,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 신청은 보험 적용 확정과 다르다.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 평가와 건강보험 재정 영향 검토를 거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보건복지부의 심의·고시 절차가 남아 있다.
급여가 고위험군 중심으로 적용되면 위고비와 에페의 주요 경쟁 시장은 구분된다. 위고비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비만 환자와 청소년 등 급여 대상 환자군에서 임상 근거를 앞세울 수 있다. 반면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성인 환자에게는 비급여 약값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며 에페는 낮은 투약 비용과 국내 생산을 내세워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급여 범위가 넓어지고 환자 부담이 낮아지면 에페의 가격 우위는 압박받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위고비의 환자 부담액이 에페의 비급여 비용보다 낮아지면 에페는 가격뿐 아니라 투약 편의성, 내약성, 공급 안정성 등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한미약품의 에페 급여 신청 여부와 심혈관질환·청소년 등 추가 적응증 확대 계획도 향후 사업 전략을 가를 요소다.
마운자로가 체중 감량 효과와 기존 처방 기반을 바탕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에페는 기존 제품 수요를 일부 대체하고 비만 치료를 시작하는 신규 환자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미약품이 제시한 에페의 국내 연 매출 1000억 원 목표 역시 최종 가격과 공급량, 처방 지속률, 경쟁 제품의 대응에 따라 성과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8195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마운자로와 위고비 매출은 각각 4833억 원, 2209억 원을 기록했다. 두 제품의 합산 매출은 7042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86%를 차지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