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정책 논의가 본격화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와 유기성 폐자원의 에너지화 확대 등 국내 폐기물 관리정책이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형 폐기물 관리체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자원과 에너지 회수를 위한 미래형 폐기물 관리체계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아이씨펙(i-CIPEC) 국제학술대회가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경북 포항 라한호텔에서 개최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국에너지기후환경협의회와 공동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경북 포항 라한호텔에서 제12차 아이씨펙(i-CIPEC)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 관리,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그리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10개국의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번 학술대회의 핵심은 폐기물의 자원·에너지 회수 확대와 환경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있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유용 물질을 회수해 다시 사회·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탄소중립과 연계하는 기술적·제도적 해법을 논의한다.
직매립 금지·바이오가스 확대…폐기물 처리방식 전환 요구돼
폐기물 관리정책은 처분 중심에서 자원순환과 에너지 회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으며, 하수찌꺼기·음식물류폐기물·분뇨·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가 민간 부문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자원 회수를 확대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폐기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처리하느냐를 넘어 어떤 기술로 유용한 에너지와 물질을 회수하고, 이를 실제 산업과 에너지 체계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주요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환경과학원은 이에 따라 학술대회 첫날인 14일 사전 포럼을 열고 가연성 및 유기성 폐기물의 에너지화 기술과 탄소중립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포럼에서는 폐기물 에너지화(WtE·Waste-to-Energy)의 세계적 동향과 전망을 비롯해 중국의 유동층 연소기술, 폐기물의 열적 전환을 통한 유용제품 생산, 일본의 바이오메탄화·가스화·메탄 전환 기술 등이 다뤄진다. 국내 유기성 폐기물의 혐기성 소화 및 에너지화 현황과 과제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열분해·가스화부터 수소 생산까지…기술 고도화 모색
15~16일 본회의와 기술 세션에서는 폐기물을 에너지와 산업 원료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성과가 공유된다.
주요 발표 주제에는 혼합 폐플라스틱의 가스화, 하수슬러지로부터 연료가스를 생산하는 기술, 바이오매스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가스화 등이 포함됐다. 정유공장 폐슬러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CO₂)의 메탄올·바이오제품 전환, 탄소 포집·활용(CCU) 관련 연구도 발표될 예정이다.
폐기물 에너지화는 폐기물의 종류와 성상에 맞는 처리기술을 적용하고, 회수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학술대회는 연소·열적 전환, 가스화, 바이오가스 생산 등 여러 기술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고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회수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너지 회수 확대가 곧바로 환경성과 경제성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리 과정의 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하고 회수 에너지의 활용성을 높이는 한편, 기술별 적용 여건과 안전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학술대회에서도 대기오염 방지, 온실가스 감축, 폐기물 재활용 등을 주제로 한 연구 발표가 예정돼 있어 에너지 회수와 환경관리의 통합적 접근이 주요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AI 접목·국제협력 강화…정책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 마련 필요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기술과 폐기물·에너지·환경 관리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기술 세션에는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보일러의 연료 투입량 및 특성 실시간 추정 연구와 물리·데이터 기반 소규모 폐기물 소각시설의 질소산화물(NOx) 배출 예측 연구 등이 포함됐다.
이는 폐기물 처리시설의 운전 효율과 오염물질 관리에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하려는 연구 흐름을 보여준다. AI의 현장 적용 효과와 상용화 수준은 개별 기술의 실증과 검증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제협력도 주요 의제다. 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 전문가들이 각국의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과 정책 동향을 공유한다.
15일에는 UAE·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와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다루는 포럼이 열리며, 16일에는 태국·말레이시아·캄보디아·대만·중동 국가의 폐기물 에너지화와 관리 현황을 살펴보는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이 진행된다.
환경과학원은 주요국의 관련 기술과 제도 동향을 비교·검토하고,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와 에너지·자원 회수 확대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박정민 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폐기물의 단순 처리를 넘어 고부가가치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적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국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우리나라가 폐기물 에너지화 분야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에너지화가 탄소중립에 기여하려면 기술 개발과 함께 안정적인 처리체계, 환경안전성 확보, 회수 에너지의 활용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유되는 국제 연구 성과와 정책 경험이 국내 폐기물 관리체계의 고도화와 자원순환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