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대출 규제로 기본 이주비가 묶이고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건설사가 얼마나 싸게 짓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조합원에게 유리한 금융조건을 제시하느냐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대출 규제로 기본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요소가 추가 이주비 등 금융조건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23만4000가구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이 빠른 사업장에는 이주비 대출 개선과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이주비 대출은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 때문이다. 서울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지고 대출 한도가 2억~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이 규제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2주택 이상 보유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 자체가 막혔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관내 정비사업장 43곳 중 39곳(약 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 문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금리 부담도 커졌다. 주요 단지의 기본 이주비 금리는 올해 4%대에 들어섰다.
기본 이주비로 모자란 돈은 시공사 신용보강으로 조달하는 '추가 이주비'로 메워야 한다. 추가 이주비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이나 자금 보충 확약으로 조달하는 사업자 대출이라 가계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결국 조합원이 이주할 수 있느냐, 얼마의 이자를 내느냐가 시공사의 신용과 자금력에 달린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서울 핵심지 수주전은 금융조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시공사를 뽑은 서초구 신반포19·25차 통합재건축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조합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CD-1%'로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동일 평형 입주 시 분담금 0원, 가구당 금융지원금 2억 원도 내걸었다. 삼성물산은 'CD+0%' 금리와 이주비 LTV 100%, 사업비 무제한 조달로 맞섰다.
같은 달 강남구 압구정5구역에서는 필수사업비 가산금리 0%, 기본·추가 이주비 동일 금리, 분담금 입주 후 최대 4년 유예 같은 조건이 오갔다.
다만 금융조건 경쟁이 과열되면서 법적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도시정비법과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시공사가 이주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것을 금지한다.
금융조건이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지도 따져봐야 한다. 수주 단계에서 낮은 금리나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한 건설사가 이후 공사비 증액이나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부담을 만회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것만큼 계약 조건의 이행 가능성과 향후 전체 사업비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조건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으로 조합원의 이주비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공사가 제시하는 금융조건은 사업 추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형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요즘 규제가 워낙 많아 이주 관리 부분은 제안이 어떻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조합원들이 나중에 이주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돼야 하는 만큼 추가 이주비 제안은 관심이 가장 많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