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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약품 수준 공정에 무인 로봇까지…K뷰티 이끄는 충북

입력 2026-10-14 21:26:16 | 수정 2026-10-14 21:26:16
김견희 기자 | peki@mediapen.com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치인 7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K뷰티 돌풍 이면에는 충북의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GM)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요구를 고품질 완제품으로 구현해내는 국내 제조 생태계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홍숙 HP&C(에이치피앤씨) 대표가 14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오송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김견희 기자



14일 오전 본지가 방문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HP&C(에이치피앤씨) 화장품 생산 시설은 제약·의료기기 생산 시설에 가까웠다. 1993년 병원 중심의 의약품·화장품 유통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건강·제약·화장품을 아우르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로 검증된 기능성 성분을 담은 제품) 전문 기업이다.

에이치피앤씨는 지난 2014년 오송공장 완공을 기점으로 화장품과 의료기기, 의약품 등 고기능성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LG생활건강, 코스알엑스, 코스메카코리아 및 주요 대학병원을 핵심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테라비코스'와 친환경 소독제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다양한 제품군 중에서도 시장 급성장세에 있는 더마 코스메틱 분야와 의료기기 등급 화장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게 김홍숙 에이치피앤씨 대표는 1990년대 독일 피부 전문 제약사 '갈더마'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의 기틀을 다진 장본인이다. 

김 대표는 "제조업의 길은 결코 녹록지 않으며, 화장품 하나를 만드는데도 의료기기와 의약품 수준의 수많은 노고와 막대한 부자재가 투입된다"며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규격과 데이터 대응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화장품과 의약품 연구소를 별도로 두며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HP&C(에이치피앤씨)가 생산, 판매 중인 히알루론산 토닝 부스터 제품./사진=김견희 기자



실제로 에이치피앤씨는 제조 공장 1층과 2층 사이 2미터에 달하는 공간 전체에 제약급 공조 시스템과 정제수 제조 장치를 완비해 화장품 생산 라인을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KGMP)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R&D 역량 확대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약 234억 원) 가운데 6%를 웃도는 14억6700만 원가량을 R&D 비용으로 투입했다.

최현철 의료기기 개발팀 이사는 "인간 존중과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이라며 "하이드롤라이즈드 쌀단백질 관련 특허 등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히알루론산(HA) 가교 기술을 활용한 필러와 스킨부스터, 독자적인 제형 안정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뷰티 업계 최초 'K등대공장'…디지털 전환(DX) 속도

같은 날 오후 방문한 코스메카코리아의 생산 현장은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니베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600여 개 글로벌 고객사와 협업하는 세계 4위 규모의 화장품 연구개발·제조(OGM) 기업이다.

업계 최초로 정부의 'K-등대공장'에 선정된 사업장답게 대형 스크린이 자리한 통합 관제실에서 원료 배합부터 포장, 친환경 폐수처리 공정에 이르는 모든 제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설비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제조 현장의 물류 시스템 역시 사람 대신 로봇이 도맡는 자동화 체제로 전환 중이다. 회사는 스마트 물류를 실현할 자율이동로봇(AMR) 시스템을 오는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내년 5월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코스메카코리아 음성공장 인공지능(AI) 통합 관제실. 원료 배합부터 포장, 친환경 폐수처리 공정에 이르는 모든 제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설비 시스템./사진=김견희 기자



임영준 코스메카코리아 DX이노베이션 사업부장은 "현재 제조 현장 지하 2층에 무인 로봇 운용을 위한 CCTV 40개 설치 작업을 마친 상태"라며 "사람이 직접 무거운 원료나 부자재를 옮기던 물류 동선을 로봇이 대체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메카코리아는 급증하는 수주 물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근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총 2000억 원을 투입해 신규 스킨케어 생산공장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전체 국내 생산설비 장부가액을 웃도는 과감한 투자로, 이달 중 착공해 내년 1차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어 임 사업부장은 "탄탄한 제조 역량과 속도감을 갖추고 중소·인디 브랜드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완제품으로 구현해내는 생태계야말로 K뷰티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라며 "이 정도로 민첩하고 고도화된 화장품 생산 인프라를 갖춘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 충북 내 화장품 제조사 225개...수출 전국 4위

충북 내에 자리한 화장품 제조기업은 총 225개사로, 전국 5.4%의 비중을 차지한다. 수출 실적도 수도권에 이어 전국 4위(3억57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한 충북도지사는 "충북은 오송·오창의 바이오·연구 인프라와 청주·음성의 화장품 제조·원료 산업이 결합해 원료 개발부터 인허가, 생산, 글로벌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K뷰티의 핵심 거점"이라고 소개했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HP&C(에이치피앤씨) 오송공장 제조 시설 전경. 화장품 원료를 배합하는 믹서기./사진=김견희 기자


충북 지역에는 다양한 선도 기업들이 포진해 지역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 청주공장을 둔 LG생활건강이 자사 브랜드 '후', '숨37°' 등을 바탕으로 연간 3조 원대의 매출 규모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음성군의 코스메카코리아와 한국화장품제조 등 주요 ODM 기업들이 각각 4415억 원과 1847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에어로졸 분야의 승일(1415억 원), 화장품 원료 전문 기업 현대바이오랜드(1305억 원) 등이 상위 주요 기업으로 지역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충북의 압도적인 제조 인프라를 전 세계 바이어에게 알리고 실질적인 판로 개척을 돕는 '2026 오송화장품뷰티엑스포'가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는 기업간거래(B2B) 수출 진흥 전문 엑스포로, 당초 유치 목표(240개사)를 초과해 총 250개 기업이 참가를 확정했다.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 기업(27개사)의 참가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나는 등 전체 참가기업의 65.2%가 타 지자체 및 해외 기업으로 채워졌다. 

신 도지사는 "올해 250개사가 참여하는 오송화장품뷰티엑스포를 실질적인 수출 성과를 내는 B2B 비즈니스 플랫폼이자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도약대로 삼아, 충북을 세계 화장품 시장의 중심축으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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