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옥외형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시설물 분류 기준이 전국적으로 통일돼 관련 사업의 인허가 기간과 비용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방정부마다 동일한 ESS 시설물을 건축물이나 가설건축물, 공작물 등으로 다르게 분류하면서 발생했던 행정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ESS 보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옥외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물 분류 가이드라인 인포그래픽./자료=기후부
옥외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물 분류 판단 매트릭스 인포그래픽./자료=기후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협력해 마련한 ‘옥외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물 분류 지침서’를 10월 15일부터 전국 지방정부에 안내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시설물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 인허가 담당자가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도식표를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는 ESS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지자체별 법령 해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같은 형태의 ESS라도 지역에 따라 건축물로 분류되거나 공작물로 인정되는 등 판단이 달라지면서 사업자는 인허가 절차와 기간, 설치 비용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시설물 분류에 따라 행정 부담도 크게 달라진다. 기후부에 따르면 건축물로 분류될 경우 인허가에 약 2~4개월이 소요되고 관련 비용은 3000만~80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공작물로 분류되면 소요 기간은 약 0.5~1.5개월, 비용은 약 200만~1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를 토대로 보면 공작물 분류 시 인허가 기간은 최대 약 3개월, 비용은 최대 약 7000만 원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절감 규모는 시설물의 구조와 입지, 적용되는 개별 인허가 요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새 지침은 건축법 제2조에 따른 기본 요건에 사람의 출입 가능 여부와 시설물의 구조·용도 등을 추가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옥외형 ESS를 건축물·가설건축물·공작물로 구분해 현장 판단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축전지와 관련 설비를 보호하는 전용 외함 형태로 내부 출입이 불가능한 시설은 공작물로 분류하도록 했다. 점검과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제한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컨테이너형 시설은 가설건축물로 구분한다. 컨테이너와 유사한 구조가 아니면서 사람이 상시 출입할 수 있는 ESS 전용 건물은 건축물로 판단하도록 했다.
지자체 담당자가 시설물 유형을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판단 도식표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설물의 외형과 구조, 출입 가능 여부 등을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유형별로 필요한 행정절차를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물 분류에 따른 규제 차이도 사업자의 주요 관심사다. 공작물로 인정되면 건축물에 적용되는 건폐율·용적률 등 건축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등 관련 규제가 합리화될 수 있다. ESS 사업자는 시설물의 특성에 맞는 분류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절차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작물로 분류된다고 해서 모든 인허가 절차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지침은 건축법 시행령 제118조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3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공작물 축조신고나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한 경우를 별도로 제시했다. 토지 형질변경 등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여부 역시 해당 지방정부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안전 관련 규정도 그대로 준수해야 한다. 옥외형 ESS 설치 사업자는 전기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와 함께 전기설비기술기준 및 한국전기설비규정(KEC),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술기준(NFTC 607) 등을 지켜야 한다. 시설물 분류 기준의 통일이 안전 기준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ESS 설치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합리화하고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확대될수록 전력 생산과 소비의 시간적 불일치를 보완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ESS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사업자의 투자 부담을 낮추고 필요한 지역에 ESS를 적기에 설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에너지저장장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앞으로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한 곳에 적기에 설치될 수 있도록 현장의 규제와 행정적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성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부단장은 지방정부의 법 해석 차이가 이차전지 업계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고 설명하며, 민간의 건의에 신속하게 대응해 실질적인 규제 개선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향후 지침의 현장 적용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ESS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