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를 내고 형이 확정된 사업장 37곳이 추가 공개됐다. 이로써 공표 대상 사업장은 누적 80곳을 넘어섰지만, 사법부의 최종 처벌 수준이 대다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어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과 함께 엄정한 사법적 엄벌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를 내고 형이 확정된 사업장 37곳이 추가 공개되면서 공표 대상 사업장은 누적 80곳을 넘어섰다./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13조에 따라 2026년 상반기에 중대산업재해로 형이 확정·통보된 사업장 37개소의 명단을 15일 관보와 노동부 홈페이지에 공표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반기별로 형이 확정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공표해 오고 있다. 2023년 3개소, 2024년 12개소, 2025년 29개소에 이어 이번 37개소가 추가되면서 지금까지 명단이 공개된 전체 사업장은 총 81개소로 늘었다.
이번에 공표된 37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 등 39명 중 1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3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1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병과, 2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표 대상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최고 형량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된 사업장을 비롯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구속 기소됐다가 최종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사업장 등이 포함됐다.
1.2m 높이의 이동식 비계 위에서 보호구 없이 작업하다 떨어진 노동자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작업을 강행시켰다가 이튿날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드러난 사업장도 명단에 올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형이 확정된 전체 81개 사업장의 판결 현황을 살펴본 결과, 사법부의 처벌 수위는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확정판결을 받은 경영책임자(도급·수급인 포함) 총 85명 가운데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단 3명(3.5%)에 불과했다. 반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77명(90.6%)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벌금형 3명, 집행유예와 벌금형 병과 2명으로 집계됐다. 법률 적용 대상 사업장에 대한 법인 벌금형은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20억 원으로, 평균 9800만 원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 처벌을 통한 재해 예방을 목표로 제정됐음에도 정작 법원 단계에서 집행유예가 남발되면서 산재 예방 효과 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된다.
공표된 전체 사업장(81개소)이 위반한 중대재해법 조항(시행령 제4조)을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태반이었다.
가장 많이 위반한 조항은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개선에 대한 점검(75개소, 92.6%)이었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62개소, 76.5%)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26개소, 32.1%)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1곳당 평균 3.6개의 법적 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현장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아 사망 사고로 직결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영훈 장관은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특히 사업을 총괄·관리하는 경영책임자의 확고한 안전의식과 행동이 현장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노동부는 소규모 기업에 대한 재해예방 컨설팅 등 지원과 함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