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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장 제동"… 솔리다임, '주주' 이해상충에 미래 투자 발목?

입력 2026-10-16 16:02:33 | 수정 2026-10-16 16:27:23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을 두고 여당이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내 대기업의 고질적 폐해로 꼽히던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해외 증시로 우회해 재현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투자업계와 산업 현장에서는 정치권이 과거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트라우마에 갇혀, 글로벌 반도체 M&A의 특수성과 자본 조달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을 두고 여당이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내 대기업의 고질적 폐해로 꼽히던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해외 증시로 우회해 재현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여권 “해외 상장도 주주보호 의무 동일… 이사 법적 책임 물을 것”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솔리다임의 미국행을 사실상의 중복 상장으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자회사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모회사 주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 보호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의원 역시 “솔리다임을 품으면서 높아졌던 SK하이닉스의 성장 기대감이 별도 상장 추진으로 약화되는 점은 분명하다”며 특위 차원에서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솔리다임 상장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시각은 명확하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지배구조 속에서,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일반주주의 몫이 쪼그라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는 논리다.

◆ “인수한 해외 자산이 쪼개기?”… 독립 법인 구분해야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이 같은 비판이 출발선부터 잘못됐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비판받는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의 알짜 핵심 사업부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지만, 솔리다임은 경우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90억 달러에 인수한 글로벌 독립 법인이다. 애초에 내부 자산을 쪼갠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편입된 해외 자산이 성장해 자립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테슬라 코리아는 단순 판매망에 불과하고 유튜브는 독립 법인이 아닌 구글의 내부 서비스이며, TSMC는 대만에 본거지를 둔 파운드리다. 독립된 기술과 글로벌 생산 자산을 갖춘 해외 제조사를 단순 지사나 서비스 플랫폼과 1대 1로 비교하며 상장을 가로막는 것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솔리다임이 반도체 기업인 만큼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막대한 재원을 SK하이닉스에서 지원해야 한다. 결국 SK하이닉스에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미국 법인에 SK하이닉스의 자금이 대규모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에도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미국 소재 기업이 미국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미국으로 막대한 자금에 새어 나가는 것 역시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등한시 하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큼 투자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 다롄 팹 ‘이해상충’의 오류… 본사 낸드 리스크 분산도 필수

일부 비판 진영에서 제기하는 ‘웨이퍼 가격을 둘러싼 주주 간 이해상충’ 주장도 산업 실무를 외면한 단견이라는 평가다.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중국 다롄 팹의 웨이퍼에 의존하는 만큼 상장 후 웨이퍼 공급가를 두고 양사 주주 간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설계·솔루션(솔리다임)과 제조 팹(다롄 공장)의 유기적 분업 체계를 간과한 해석이다. 

솔리다임이 미국 자본을 조달해 초고용량 eSSD 시장을 선점할수록 다롄 팹의 가동률과 웨이퍼 출하량이 함께 급증하는 동반 성장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SEC와 국내 세무 당국의 엄격한 정상가격 기준을 거치는 특수관계인 거래를 사익 편취의 수단으로 모는 것은 무리한 비약이라는 것이다.

재무적 리스크 격리 측면에서도 자체 상장의 당위성이 실린다. SK하이닉스는 HBM4 주도권 수성과 용인 클러스터 건설 등 본업의 대규모 자본지출만으로도 매년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경기순환 변동성이 극심하고 과거 조 단위 적자를 안겼던 낸드 사업의 투자금까지 본사가 유상증자나 차입으로 고스란히 떠안는다면, 이는 오히려 SK하이닉스 기존 주주들에게 막대한 재무 부담과 지분 희석을 전가하는 역주행이 된다.

◆ 인재 확보 ‘생존권’ 걸려… 규제보다 ‘주주환원 보완책’ 유도해야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실리콘밸리에서 최상급 엔지니어와 경영진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나스닥 상장은 필수로 꼽힌다. 고난도 컨트롤러와 펌웨어 소프트웨어가 승패를 가르는 eSSD 시장에서, 한국 비상장 손자회사의 장부상 지분으로는 빅테크들과의 인재 쟁탈전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진단이다. 

결국 정치권이 집중해야 할 몫은 ‘이사회 법적 책임’을 앞세워 글로벌 펀딩의 숨통을 끊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나 ‘중복 상장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SK하이닉스는 HBM 등 본연의 AI 메모리 사업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리다임 역시 미국 자본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며 낸드 시장의 캐시카우로 거듭난다면, 단기적 우려를 넘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 성장이라는 훨씬 큰 효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부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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