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정부가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4주 더 동결하기로 하면서 정유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국내 공급가격은 제한되는 가운데 정부의 손실보전까지 늦어지면서 정유사들의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4주 더 동결하기로 하면서 정유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11차 석유 최고가격은 기존 10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7차 최고가격 이후 5차례 연속 같은 가격이 적용된 것으로,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도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은 수개월째 묶여 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동 지역에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공격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시설 공격 등이 이어지면서 원유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두바이유 107달러, 브렌트유 105.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역시 경유 170달러, 휘발유 133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도 가격 동결을 결정한 것은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3.2%에서 7월 2.8%로 낮아졌다가 8월 3.1%로 반등했다. 9월에는 2.9%대로 둔화됐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8% 상승하면서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수요 집중과 고속도로 주유소 특별할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휘발유와 경유를 합친 판매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10월 둘째 주까지의 누적 판매량도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7%, 7.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정유사들의 부담이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와 국내 공급가격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원가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손실보전이 실제 지급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당초 최고가격제 6개월 시행을 전제로 정유사 손실보전을 위한 예비비 4조2000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이 6개월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추가 동결로 운영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손실보전 규모와 지급 시점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향후 정부로부터 손실을 보전받더라도 실제 지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발생하는 자금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정산이 늦어질수록 원유 구매와 설비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국내 공급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손실보전까지 늦어지면서 정유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최고가격을 동결해 당장의 소비자 부담을 낮추더라도 결국 정유사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금이 늘어날 수 있어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유업계는 국내 석유제품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제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수출 물량을 확대해 경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국내 석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업계와 소통하며 수출 물량 관리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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