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제약업계의 AI(인공지능) 활용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의약품 생산과 품질관리 등 제조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산 데이터 분석부터 공정 최적화, 품질문서 작성 자동화까지 적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AI가 제약사의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AI 활용을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서 제조 현장의 품질 관리까지 확대하면서 공정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1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2030년까지 생산·물류·품질·설비 데이터를 통합하고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이상 예측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제조·품질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종근당이 가상공장을 구축하는 등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어 왔다. 해외에서는 사노피가 AI 기반 수율 분석으로 생산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일라이릴리는 디지털 트윈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제조 공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 GC녹십자 제조 혁신 추진…대웅·종근당은 디지털 기반 구축
GC녹십자는 생산·물류·품질·설비 데이터를 연계해 제조 현장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작업에 나선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제조 혁신 로드맵에는 AI 기반 공정 최적화와 품질 이상 예측, 설비 이상 감지 등이 포함됐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공정 운영을 개선하고 품질관리의 정밀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품질보증 문서 작성·검토 자동화와 품질관리 분석체계 고도화도 추진 분야다.
지난 13일 협약식 진행 후 (사진 왼쪽부터)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와 신웅 GC녹십자 운영총괄부문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GC녹십자
이번 계획은 생산설비 자동화를 넘어 공정과 품질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조 혁신의 범위를 넓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산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보를 연결하면 개별 설비의 상태뿐 아니라 공정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품질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을 토대로 생산성과 품질관리 역량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웅제약 오송공장은 스마트팩토리 4단계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로 제조·품질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와 데이터 무결성 확보를 추진한 사례다.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과 품질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제조 공정의 추적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이다. 이러한 디지털 인프라는 향후 데이터 분석과 AI 활용을 확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종근당은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메타버스 팩토리를 통해 공정·설비·품질관리의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2024년 공개한 이 시스템은 천안공장을 가상 환경에 구현하고 AI와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공장 운영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상 공간에서 생산환경과 공정 조건을 분석하고 설비 운영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종근당의 가상공장은 실제 생산시설을 직접 변경하기 전에 공정과 설비의 운영 조건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트윈 활용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의 특성을 분석하고 운영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은 생산 효율화와 설비 관리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사노피, AI 수율 분석 도입…릴리는 10억달러 공동 투자
사노피 싱가폴 모듈러스 공장 전경./사진=사노피
글로벌 빅파마들도 AI 활용을 확대하며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노피는 AI 기반 수율 분석 플랫폼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라이릴리는 디지털 트윈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생산 공정 개선과 제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사노피는 AI를 전사적으로 활용하는 최초의 제약바이오 기업을 목표로 R&D(연구개발)부터 공장 제조 공급망까지 전방위로 도입하고 있다.
사노피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수율 분석 플랫폼 'SimplY'를 생산 공장에 도입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바이오리액터에서 나오는 실시간 데이터 포인트를 AI가 분석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사노피는 과거와 현재의 배치 생산 데이터를 학습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실시간으로 미세 조정해 수율을 5~10% 가량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또한 사노피는 프랑스와 싱가포르의 생산시설인 스마트 팩토리 모듈러스를 AI와 디지털 연결해 자동화·로봇 기술을 활용하는 생산거점으로 소개했다. 해당 공장은 고정된 기존 공장과 달리 설비와 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모듈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라이릴리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생산 공정의 병목을 분석하고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설비와 공정의 특성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다양한 운영 조건을 시험하는 기술이다. 실제 설비를 변경하기 전에 공정변수의 영향을 분석하고 생산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릴리는 엔비디아와 AI 공동 혁신 랩 설립을 통해 공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설립되는 공장은 향후 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공동 투자한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아키텍처, 바이오네모, 옴니버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과 제조 공정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 제조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의약품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제조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를 활용해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관리 업무를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향후에는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