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기름값 묶고 수출은 제한…국제유가 급등에 정유업계 '비상'

입력 2026-10-19 15:23:32 | 수정 2026-10-19 15:23:32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한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22주 연속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인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내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 제한까지 이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석유제품 공급이 안정적인 만큼 수출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석유화학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L)당 1856.29원으로 전일보다 0.8원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 5월 셋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전일 대비 0.25원 내린 1842.05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유예 소식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일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08달러대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공급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지만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에 따른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 최고가격제 동결에 수출까지 제한…정유업계 "유동성 부담 가중"

정부는 지난 16일 제11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하고 17일부터 4주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정유사 입장에선 원유 조달비용이 상승하더라도 국내 공급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다는 제약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업계도 공감하고 있고 열심히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정유사들은 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종인데 수익에 제한이 생기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고가격제를 계속 동결하면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격차가 벌어지고 원가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된다"며 "손실보전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기업들의 유동성 부담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물량 제한도 정유업계의 부담으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석유제품의 월별 수출량이 전년 동월의 10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지만, 국제 경유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국내 휘발유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경유는 7.6% 감소했다. 정부도 국내 소비 감소에 따라 정유업계가 수출 제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경유 수급이 빠듯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지만 그 마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국내에 공급하고도 물량이 남는 상황이라면 수출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세계 경유 수출 10% 감소…한국은 생산량 절반 이상 해외 판매

국제 경유시장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 제한을 둘러싼 논의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경유 부족의 배경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해상 경유·가스오일 수출량은 하루 평균 470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동 지역의 공급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쟁 이전 러시아와 중동 국가의 경유 순수출은 세계 해상 교역량의 약 45%를 차지했지만 지난 8월 수출량은 하루 52만 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75% 급감했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소비를 충당하고도 상당한 물량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생산량 가운데 경유 비중은 약 27.6%였으며, 생산된 경유의 58.8%가 해외로 수출됐다. 국내 경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수출되는 구조인 만큼 해외 시장의 수급 변화와 수출 여건은 국내 정유사들의 생산·판매 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1~7월 국내 경유 생산량은 1억8459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유 수출량은 1억1057만 배럴로 3.4% 줄었다.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정제능력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경유 공급난이 발생하더라도 국내에서 경유가 고갈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공급이 충분하더라도 국제 경유가격 상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국제가격이 오르면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수출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보고서에서 국제 경유 부족이 심화할수록 한국이 국내 에너지 안보와 국제 공급 책임, 정유사의 수익성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제한이 장기화하면 재고와 생산량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여러 제품이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생산량만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가 잘 팔린다고 해서 경유 생산량만 크게 늘리는 것은 한정적"이라며 "수출을 막아 제품 재고가 쌓이고 저장할 곳이 없어지면 생산량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고, 다른 제품의 생산량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유값 강세에도 원가 부담…수급 상황에 맞춘 정책 대응 필요

국제 경유시장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경유 등 중간유분의 공급 제약이 2027년 상당 기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과 해상운송 제약으로 제품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60만 배럴 감소한 1억24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정유시설의 원유 처리량도 하루 230만 배럴 줄어든 817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IEA는 경유·항공유 가격 강세에도 원유 조달비와 해상운임 상승이 유럽과 아시아 정유사들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좋다고 해도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폭락하면 재고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원유 도입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스프레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 외에도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을 하고 있어 전체 실적은 각 사업부문을 함께 봐야 한다"며 "정유 부문 자체의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선 석유제품 공급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국제 석유 공급망 차질에 대응해 휘발유 황 함량과 경유 인화점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수입 가능한 연료의 범위를 넓힌 바 있다.

한국은 호주와 달리 대규모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어 품질 기준 완화보단 국내 수급 상황에 맞춘 수출 제한 조정 등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석유제품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내수 공급을 전제로 수출 물량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제 경유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선 정부가 국내 재고와 소비량, 정제시설 가동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유 4사가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물량 부족으로 인한 우려가 크지 않다"며 "국제 경유 수급이 빠듯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 공급하고도 물량이 남는 상황이라면 수출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문헌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정보분석팀. (2026, 10월 13일). 경유 부족의 배경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오늘의 이슈]. 한국석유공사.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Climate Change, Energy, the Environment and Water. (2026). Securing Australia's fuel supply. 

Bowen, C. (2026, March 24). Further adjustments to get more diesel flowing [Media release]. Australian Government.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6, October 14). Oil market report – October 2026.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