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베링거인겔하임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자스케이드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됐다. 국내 개발사들도 신약 개발에 나선 가운데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때의 추가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차세대 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에서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효과 및 안전성 입증이 신약 개발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자스케이드정(성분명 네란도밀라스트)을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로 허가했다. 자스케이드는 수입 희귀의약품으로 식약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제16호로 지정됐다. 기존 항섬유화제와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국내 개발 후보물질의 임상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 기존 약과 병용해 폐기능 감소 억제…효과와 내약성 주목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폐 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폐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이다. 기존 치료제로는 닌테다닙과 피르페니돈 등이 사용돼 왔다. 두 약물은 폐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환자의 질환 진행과 약물 이상반응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스케이드의 임상적 성과는 기존 항섬유화제를 사용하는 환자가 다수 포함된 임상에서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문서에 따르면 핵심 3상 임상시험인 FIBRONEER-IPF에는 환자 117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78%는 기존 항섬유화제를 사용했으며, 닌테다닙 사용 환자는 46%, 피르페니돈 사용 환자는 32%였다.
52주 시점의 노력성 폐활량(FVC) 변화량을 평가한 결과 자스케이드 18㎎ 투여군의 보정 평균 감소량은 106㎖로 위약군의 170㎖보다 적었다. 위약 대비 감소 억제 효과는 64㎖였으며 9㎎ 투여군에서도 위약 대비 48㎖의 차이가 나타났다. 두 용량 모두 위약 대비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반면 급성 악화와 호흡기 원인 입원, 사망의 최초 발생을 평가한 주요 이차 복합지표에서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스케이드의 주요 임상 성과는 폐기능 감소 억제에 있으며 생존 개선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병용에 따른 이상반응도 중요한 변수다. FDA 허가문서에서 자스케이드 18㎎ 투여군의 설사 발생률은 42%로 위약군의 17%보다 높았다. 닌테다닙 병용 환자만 비교하면 설사 발생률은 자스케이드 18㎎군 62%, 9㎎군 50%, 위약군 28%였다. 기존 약에 신약을 추가하는 치료 전략에서는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와 함께 부작용 관리, 장기 복용 가능성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 대웅·스파크 등 국내 후보물질 개발…임상 결과로 차별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앞세워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베르시포로신(DWN12088)은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프롤릴-tRNA 합성효소(PRS)를 억제하는 후보물질이다. 대웅제약은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 104명의 등록을 마쳤다.
대웅제약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에 환자 104명 등록을 마쳤다. 회사가 공개한 환자 특성 자료에 따르면 기존 항섬유화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71명으로 전체의 68.3%를 차지했다. 임상은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닌테다닙과 피르페니돈 병용을 허용한다.
대웅제약은 2027년 상반기 주요 임상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군에서 베르시포로신을 추가했을 때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와 안전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임상 결과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염증과 섬유화에 관여하는 HMGB1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SB17170의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스파크바이오파마는 2026년 미국흉부학회(ATS)에서 초기 임상 자료를 발표했다. 향후 개발에서는 투여군별 FVC 변화와 위약 대비 효과, 기존 항섬유화제 병용 여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HK이노엔과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도 폐섬유증 후보물질 NXC680의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NXC680은 섬유화 질환의 주요 원인인 오토택신 효소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해당 물질은 앞선 비임상시험에서 폐섬유화 억제 및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지정도 받은 상태다. HK이노엔은 완제의약품 제형 최적화 및 임상시험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넥스트젠바이오사시언스는 원료의약품 공급 및 연구 데이터 제공을 맡고 있다.
국내 개발사들의 차별화 전략은 기존 치료제를 대체하는 단독요법과 기존 치료에 추가하는 병용요법으로 나뉜다. 기존 약을 사용해도 질환이 진행하는 환자에게 추가 효과를 제공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 주요 개발 방향으로 꼽힌다.
새로운 작용기전 제시에서 나아가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와 안전성, 내약성, 약물상호작용을 임상으로 입증하는 것이 국내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섬유증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추가 효과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폐기능 감소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장기 복용 부담을 낮추는 후보물질이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