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올해 177만 그루를 넘어선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존 방제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20일 산림청을 대상으로 한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소나무 재선충의 심각한 피해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자료=국회방송 화면
방제 예산을 늘렸는데도 피해가 확산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방제율에도 차이가 나타나면서 국가 차원의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생태계 변화를 고려해 소나무 식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20일 산림청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 상황을 짚으며 방제 체계 개선과 보존가치가 높은 소나무림에 대한 집중 관리, 조림 정책의 전환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토막을 직접 제시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감염목이 2022년 약 38만 그루에서 올해 177만 그루로 증가했고, 고사목과 고사 위험목 등을 포함한 벌목 규모도 약 309만 그루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거의 국가 재난 사태라고 볼 수 있다”며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소나무가 단순한 수종을 넘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울진 금강소나무림을 비롯해 왕릉 주변 소나무 군락지와 사찰림, 해안림 등 보존가치가 높은 산림까지 재선충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박은식 산림청장은 재선충병은 치료제가 없어 감염목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주요 방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목을 벌채한 뒤 훈증하거나 파쇄하면 병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으며, 보존가치가 높은 소나무에는 예방 나무주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국가방제벨트를 구축해 확산을 차단하고 울진 금강소나무림 등 주요 소나무 군락지에 대한 별도 보호대책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방제율 62%…국비 부담 확대 요구
방제 책임과 비용 부담에 따른 지역별 격차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산림청 자료를 토대로 국가가 관리하는 국유림의 방제율은 99.9%에 달하지만,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림과 사유림 등은 방제율이 약 62%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과 방제비 분담 구조가 현장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 차원의 전염병이자 재난으로 보고 방제비를 전액 국비로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비 부담 때문에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국가가 재정적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청장은 국비 부담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예산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방제 방식의 개선도 주문했다. 항공 방제는 환경단체와 양봉 농가 등의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나무주사를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산림청은 사찰림과 금강소나무림 주변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제 예산 두 배 늘었지만 피해목은 4배 가까이 증가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방제 예산과 피해목 증가 추이를 근거로 기존 방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22년 약 39만 그루에서 2023년 107만 그루, 2025년 149만 그루로 증가했고, 올해는 177만 그루를 넘어섰다. 반면 방제 예산은 2022년 504억원에서 최근 10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주 의원은 “예산은 2배로 늘었는데 피해목은 오히려 4배로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방식만으로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생태계 변화도 정책 전환의 근거로 제시했다. 주 의원은 기온 상승으로 재선충병 발생 지역과 피해 강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기후변화에 맞춰 산림관리와 조림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선충병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소나무를 계속 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방제비를 투입하는 것은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와 역사적 경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소나무림은 보존하되 그 밖의 지역에서는 소나무 식재를 줄이고 자연적인 천이 과정에 따라 혼합림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소나무 조림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산림에 방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산림청은 재선충병 발생 지역의 소나무 조림을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 조림에서 소나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11%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송이버섯 생산이나 목재 이용 등 소나무가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식재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가급적 식재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40년 방제’에도 반복되는 확산…예방 약제 검증도 과제
이날 국감에서는 장기간 방제에도 재선충병이 반복적으로 확산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예방 약제의 효과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재선충병이 국내에 유입된 이후 약 40년이 지났는데도 효과적인 방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국가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은 아세타미프리드 계열 약제를 장기간 사용해 온 점을 지적하며 약제 효과와 저항성 등에 대한 검증 필요성도 제기했다.
산림청은 약제 종류를 다양화하고 현장 모니터링과 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선충병은 치료제가 없는 데다 기후변화와 매개충의 활동 여건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감염목 제거만으로는 장기적인 확산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확대와 방제 방식의 개선, 예방 약제의 효과 검증, 보존가치에 따른 산림관리와 조림 정책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가 국감에서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