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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용도별 맞춤형"…K배터리 포트폴리오 다변화

입력 2026-10-20 16:50:59 | 수정 2026-10-20 16:50:59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시장에서 삼원계와 리튬인산철(LFP)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서버 가까이 설치되는 배터리부터 시설 전체의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는 설비까지 요구 성능이 다른 데다 같은 용도에서도 고객의 설치 환경과 운영 조건에 따라 소재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버용 배터리백업유닛(BBU)에 삼원계를,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에 LFP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삼원계 중심의 제품군에 LFP를 추가하는 한편, BBU용 원통형 LFP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특정 용도에 하나의 소재만 적용하기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을 넓히는 전략이다.

29일 개막한 'DCWA 2026'에서 삼성SDI 임직원들이 UPS, BBU용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SDI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달 ESS용 각형 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삼원계 중심으로 운영해 온 ESS 사업에 LFP를 추가하면서 소재 포트폴리오 확대가 실제 생산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 AI 서버 전력 수요 급증…BBU·UPS·ESS 역할도 달라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 전력 소비 특성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은 4~12킬로와트(kW)의 전력을 소비하는 반면, AI 학습용 서버 랙은 50~200kW 수준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AI 모델 학습 과정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량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변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선 정전에 대비하는 기능뿐 아니라 순간적인 전력 변동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의 역할도 설치 위치에 따라 구분된다. BBU는 서버나 랙 단위에서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전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UPS는 시설 단위에서 정전 등 전력 공급 문제로부터 주요 장비를 보호한다. 대형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최대 전력 수요를 줄이거나 전력망 운영을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역시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반도체 칩, 서버 랙, 시설, 전력망 등 여러 단계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응답속도와 전력·에너지 용량, 운영 목적이 서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차이는 배터리 소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도 달라지게 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양극재로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LFP보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할 때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LFP는 상대적으로 높은 열안정성과 긴 수명, 가격 경쟁력 등을 강점으로 갖는다. 설치 공간에 여유가 있고 장기간 운영에 따른 비용과 수명이 중요한 경우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BBU에는 반드시 삼원계, 대형 ESS에는 반드시 LFP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의 출력과 안전성은 양극재뿐 아니라 셀 구조와 전극 설계, 열관리 시스템 등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 LG엔솔, 용도별 소재 차별화…삼성SDI는 BBU용 LFP까지 개발

LG에너지솔루션은 데이터센터 내 배터리의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6'에서 LFP 기반 차세대 JP6 UPS용 랙 시스템과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 BBU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어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ees 유럽 2026'에서는 전력망용 ESS부터 UPS, BBU까지 아우르는 데이터센터용 제품군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BBU용 2170 원통형 배터리에는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차세대 JP6 UPS와 대형 ESS 제품에는 LFP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ESS용 배터리에 LFP를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높은 열안정성을 꼽았다. 다만 LFP 역시 열폭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며, 실제 시스템의 안전성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냉각·화재 확산 방지 설계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삼성SDI는 기존 삼원계 중심의 ESS 사업에 LFP를 추가하는 동시에 BBU에서도 소재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DCWA) 2026'에서는 UPS와 BBU, 삼성 배터리 박스(SBB), 배터리 셀 등 데이터센터용 제품을 선보였다.

BBU 부문에선 하부 벤트 설계를 적용한 고출력·고용량 삼원계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출력과 용량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인 원통형 LFP 배터리도 소개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BBU용 원통형 LFP 배터리가 현재 개발 단계"라며 기존 삼원계 제품 외에 LFP까지 확보하려는 이유에 대해선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UPS용 배터리에서도 삼원계 외에 다른 소재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제품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ESS 부문에선 각형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일체형 솔루션 'SBB 2.0'을 선보였다. 특히 이달부터 ESS용 각형 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하면서 기존 삼원계 중심의 ESS 제품 구성에 LFP를 추가하게 됐다.

삼성SDI의 이러한 움직임은 BBU와 ESS처럼 서로 다른 용도뿐 아니라 동일한 제품군에서도 복수의 소재를 선택지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같은 BBU도 소재 선택 달라…고객 요구가 제품 전략 좌우

두 기업의 제품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같은 BBU 시장에서도 삼원계와 LFP가 모두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버 랙처럼 설치 공간이 제한적인 환경에선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이것이 다른 소재의 활용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배터리 소재 선택은 설치 공간뿐 아니라 필요한 출력과 용량, 충·방전 특성, 수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변동이 밀리초 단위부터 수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만큼 단일 에너지저장 기술만으로 모든 요구조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배터리와 슈퍼커패시터 등 서로 다른 특성의 저장장치를 조합하는 방식도 유망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삼원계와 LFP 중 하나가 모든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우위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고객의 요구조건에 맞춰 소재와 제품 구조를 조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삼원계와 LFP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Mohammadi, S., Wang, W., Wada, M. C. I., Haghighi, R., Hassan, A., Liu, H., ... & Su, W. (2026). Grid integration of AI data centers: A critical review of energy storage solutions. Advances in Applied Energy, 100291.

Rahman, S., & Khan, T. A. (2026). Energy storage systems for ai data centers: A review of technologies, characteristics, and applicability. Energies, 19(3), 634.

Safari, A., Blaabjerg, F., & Oshnoei, A. (2026). A research-industry perspective of battery systems technology for next-generation data centers. Journal of Energy Storage, 152, 120386.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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