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한국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중심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제품 카테고리를 액상형으로 확대하고 국내 비연소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막강한 유통망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관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새롭게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VEEV)'./사진=김견희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8월 출시한 폐쇄형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 인프라임'과 전용 포드 '비비 인프라임'의 유통망을 전국 주요 편의점 약 1만4000곳과 일부 전자담배 전문점(베이프 샵)으로 대폭 확대하며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이며 국내 비연소 시장을 연 지 약 9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폼팩터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비브는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는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선택지"라며 "흡연을 지속하고자 하는 성인 흡연자들이 각자의 선호에 맞춰 최적의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비브 출시가 필립모리스의 성장 정체 돌파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KT&G와의 치열한 점유율 1위 쟁탈전 속에 보급률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단일 폼팩터만으로는 신규 흡연자를 유입시키기 어려운 한계에 접어들었다. 궐련형 특유의 찐내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휴대성과 냄새 저감을 원하는 흡연자층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추가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글로벌 시장 변화도 이 같은 결정을 뒷받침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액상형 전자담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1% 급증했다. 올 상반기 전체 순매출 중 비연소 제품 비중이 42%까지 치솟은 가운데, PMI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3분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국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에도 액상형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관건은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안착 여부다. 지난 2019년 미국발 중증 폐질환 사태 이후 '쥴(JUUL)' 등 대형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현재 국내 액상형 시장은 세금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저가형 합성 니코틴 제품과 무인 자판기 등이 장악한 상태다.
이러한 시장 혼탁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필립모리스는 '품질 신뢰도'를 승부수로 띄웠다. 전용 포드에 의약품 등급의 천연 니코틴과 식품 등급 향료를 사용하고, 인덕션 가열 방식을 적용한 폐쇄형 기기로 안전성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국 편의점 1만4000곳이라는 제도권 유통망을 선점한 것도 골목 상권의 액상 시장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다만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숙제다. 정부는 올해 4월 담배사업법을 개정 시행하면서 천연 니코틴뿐만 아니라 합성 니코틴 등 모든 니코틴 제품에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와 세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과세 전환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2028년 4월 23일까지 합성 니코틴 제품의 제세부담금을 50% 한시 감면해주기로 하면서, 세금이 온전히 부과되는 천연 니코틴 기반 비브는 당분간 가격 경쟁력이나 마진율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세금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중인 구강용 니코틴 파우치 '진(ZYN)'의 국내 도입을 늦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현행 과세 체계상 니코틴 파우치에 매겨지는 세금은 일반 궐련 담배보다 높다. 경직되고 과도한 세금 구조가 개편되지 않는 한 기업 측에서는 섣불리 출시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 회사 측이 "규제 환경을 고려해 검토 중이나, 일정은 미정"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시장의 파이가 정체된 상황에서 액상형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라며 "과거 액상형 담배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규제 사각지대에서 난립하는 저가 제품들과의 가격 격차를 프리미엄 품질로 메울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