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가계대출에 반영되는 가산금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부와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줄이긴 했지만 우대금리도 덩달아 축소하면서 사실상 가산금리 축소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속 은행법 개정안 시행 및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가산금리 축소 효과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권 및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금리는 매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8월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연 4.902%로 전달 연 4.712% 대비 약 0.190%포인트(p)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하반기들어 금리상승이 계속되고 있는데, 평균 대출금리는 △6월 연 4.628% △7월 연 4.712% △8월 연 4.902% 등 매월 상승하고 있다. 연초 1월(2월 공시) 금리 연 4.496%에 견주면 약 0.406%p 급등했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가계대출에 반영되는 가산금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부와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줄이긴 했지만 우대금리도 덩달아 축소하면서 사실상 가산금리 축소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속 은행법 개정안 시행 및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가산금리 축소 효과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의 증감추세다.
우선 가산금리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추이를 살펴보면 △6월 3.344%p △7월 3.266%p △8월 3.152%p 등 매월 하락했다. 8월 가산금리를 연초 1월 3.178%p에 견주면 약 0.026%p 축소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는 △6월 1.700%p △7월 1.660%p △8월 1.586%p 등 가산금리와 유사하게 매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8월 우대금리를 1월 1.684%p에 견주면 약 0.098%p 축소됐다.
은행권이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출금리를 결정짓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늘 도마 위에 올랐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뺀 값이다. 이에 가산금리가 낮을수록, 우대금리는 높을수록 대출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실제 이자장사 논란을 계기로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가산금리 축소 폭은 커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법정비용(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보증기금 출연금 등)을 대출 가산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보증서대출을 취급하더라도 출연금의 50% 이상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됐고, 일반 대출에서는 출연금을 전면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개정 교육세법에 따라 금융권에 추가로 부과하는 교육세율 인상분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우대금리 축소가 개정안 시행일인 7월에도 두드러지면서 금리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점이다. 실제 8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7월분과 비교해보면 가산금리는 한 달 새 0.036%p 하락했는데, 우대금리도 0.034%p 하락해 사실상 0.002%p 인하에 그쳤다.
은행별로 보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우선 NH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7월 3.56%p에서 8월 3.34%p로 약 0.22%p 인하했는데, 같은 기간 우대금리도 1.92%p에서 1.58%p로 약 0.34%p 축소했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은 가산금리를 7월 3.37%p에서 8월 3.34%p로 약 0.03%p 인하했는데, 같은 기간 우대금리를 1.83%p에서 1.65%p로 약 0.18%p 축소했다.
우대금리 축소 여파로 대출자의 금리부담이 오히려 커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줄이면서도 우대금리를 확대해 모범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가산금리를 7월 3.69%에서 8월 3.53%로 약 0.16%p 축소하면서도, 우대금리를 같은 기간 1.98%p에서 2.06%p로 약 0.08%p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3.14%p에서 3.06%p로 약 0.08%p 축소한 반면, 우대금리를 1.54%p에서 1.61%p로 약 0.07%p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2.57%p에서 2.49%p로 약 0.08%p 축소했는데, 우대금리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1.03%p로 유지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폭이 큰 주담대 접수를 대폭 줄였는데, 이로 인해 가계대출 우대금리 폭이 크게 줄어든 것 같은 착시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7월 당시 신한은행은 모기지보험(MCI·MCG) 취급을 제한했고, KB국민은행은 주택구입자금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한도를 월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를 연 2.50%로 동결을 이어왔는데, 지난 7월과 8월 각각 0.25%p 인상했다.
은행별로 천차만별인 가산·우대금리 격차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 재조명됐는데, 이를 계기로 당국에서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가산금리를 줄이면서 기존 우대금리 혜택을 줄였다는 소문이 있다"며 "법 통과 후 풍선효과처럼 다른 부분을 증가시키는 등 꼼수를 부렸다면 명백한 국민에 대한 기망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지적하신 가산금리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체계를 세부적으로 관련 부서와 협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가산금리, 우대금리가 줄어든 부분의 세부 항목을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런 현상들이 조금 보여 근본적으로는 시중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는 부분이 반영된 결과인 줄 알았다"며 "이게 맞다면 저희가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 의원은 이 원장에게 은행들의 금리 산정과 자체 점검 현황을 확인해 오는 22일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