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AI가 부른 선공개 딜레마…'게임 카피캣' 공포에 불안한 인디게임

입력 2026-10-21 15:32:34 | 수정 2026-10-21 15:32:34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게임을 먼저 공개해 이용자를 모아야 하는 인디 개발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모방작의 선출시 가능성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출시 전 체험판은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공개 범위를 넓힐수록 개발 중인 콘텐츠가 모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디지털 선 신작 'ReVamp' 이미지./사진=스팀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AI 등을 활용한 모방작의 선출시 가능성을 이유로 공개 테스트와 데모 운영 방식을 변경하면서 게임 개발 초기 단계의 정보 공개를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 확보와 완성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공개 전략이 오히려 사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업계도 대응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개 테스트 줄이는 해외 개발사…AI 모방 우려 확산

대표적인 사례는 ‘문라이터’와 ‘카타클리스모’ 등을 개발한 디지털 선의 신작 ‘ReVamp’다. 디지털 선은 당초 스팀을 통해 대규모 공개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공개 빌드가 역설계되거나 게임의 핵심 요소를 모방한 작품이 원작보다 먼저 출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테스트 방식을 변경했다.

디지털 선은 오는 29일부터 디스코드 커뮤니티를 통해 참가자를 순차적으로 모집하는 제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규모 공개 플레이테스트는 연기하고 내년 1월께 공개 테스트를 여는 방안을 목표로 제시했다.

디지털 선은 출시까지 수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대규모 공개 빌드를 제공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동시에 게임을 일찍 공개하는 것은 인디 개발사가 주목받고 자신들을 지지할 팬을 찾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공개를 줄이면 모방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잠재 이용자와 접점을 만들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얼라이언스 아츠도 신작 ‘Drunken Goddess Reflux’의 공개 데모 운영 계획을 바꿨다. 당초 지난 19일 공개할 예정이었던 데모를 취소하고 소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온라인 플레이 세션으로 대체했다.

얼라이언스 아츠는 데모의 영상 게시와 스트리밍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관리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AI 등 도구를 활용해 게임의 연출과 플레이 방식을 모방한 작품이 원작보다 먼저 출시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두 사례 모두 실제 AI 복제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아니지만 모방작이 먼저 출시될 가능성에 대비해 공개 범위와 테스트 운영 방식을 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소규모 개발사에는 기술적인 모방 위험뿐 아니라 공개 이후 영상과 콘텐츠의 유통을 관리하는 부담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나는 사례다.

◆ 공개 줄이면 이용자 접점도 감소…국내 업계도 대응 과제

게임 개발사들이 데모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받는 구조에서 AI를 이용해 모방작이 선출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공개 데모를 둘러싼 고민은 인디게임의 시장 진입 구조와 맞닿아 있다. 밸브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출시 예정 게임과 잠재 이용자를 연결하고 개발사가 팬을 확보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개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는 행사 참여 요건이기도 하다.

데모는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개발사가 시장성을 확인하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 이용자들이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지 조작과 전투 시스템에 어떤 개선점이 있는지 파악해 정식 출시 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인디 개발사에는 대형 게임사처럼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출시 전 이용자 반응을 확보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공개 범위를 축소하면 이러한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 제한된 커뮤니티에서 확보한 피드백은 공개 테스트보다 참여자 구성이 좁을 수 있고 일반 이용자에게 게임을 알릴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개 테스트를 줄이는 선택이 모방 위험을 낮추는 대신 홍보와 시장 검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를 단순히 해외 인디 개발사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도구가 확산하면서 게임의 화면 구성과 연출, 플레이 방식 등을 모방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AI를 사용해 인디게임개발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국내에서도 공개 전략에 대한 영향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법적 대응 역시 과제다. 대법원은 게임의 추상적인 규칙이나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창작적 표현을 구분하면서도 게임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이 창작적 개성을 갖추는 경우 저작권 보호 판단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게임의 규칙이나 장르적 특징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개별 요소를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침해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공개 시점과 범위를 결정하는 것뿐 아니라 개발 과정과 창작 경위를 입증할 자료를 관리하고 테스트 참가자에 대한 접근 권한과 영상 공개 기준을 마련하는 대응도 중요해질 수 있다. 플랫폼 차원에서도 모방작 신고와 검토 절차, 원작 개발사의 권리 보호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디게임은 출시 전 이용자 반응을 확보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 지표로 공개에 따른 모방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개발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업계도 테스트 운영과 콘텐츠 보호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플랫폼 차원의 대응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