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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뛰고 운임도 급등"…K정유, 치솟는 원가에 수익성 '빨간불'

입력 2026-10-23 15:21:59 | 수정 2026-10-23 15:21:59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3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보다 스팟(현물) 구매 비중이 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기적인 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원유 가격뿐 아니라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 등 운송 관련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 관리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3.1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35달러 상승했다. 지난 5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 브렌트유 113달러·두바이유 115달러…중동발 공급 불안 확산

국내 정유사의 중동산 원유 도입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배럴당 115.40달러로 전날보다 4.42달러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32달러 상승한 99.47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가 추이/그래프=한국석유공사



최근 국제유가 상승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우려, 리비아의 원유 생산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음 달 3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 22일 다란 본사 직원들에게 대피와 원격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이외 지역의 공급 불안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는 지난 22일 하마다와 타하라 유전에서 자위야항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이 폐쇄되면서 일부 원유 생산이 감소했다.

중동 원유 수출 물량이 일부 회복됐음에도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은 실제 공급량뿐 아니라 향후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원유 스팟 구매 늘었나…유가 급등에 조달 부담 확대 우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구매계약 구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계약과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구매하는 단기·스팟 거래를 병행하고 있다.

장기계약은 일정 기간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팟 구매는 단기 수급 상황과 거래 시점의 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물량은 장기계약이 약 60%, 스팟계약이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스팟 구매 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최근과 같은 국제유가 급등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로 스팟가격이 급등하면 단기간에 필요한 원유를 확보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 도입 물량은 장기계약이 약 60%, 스팟계약이 약 40% 수준이었다"며 "올해는 스팟계약 물량이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현물시장 가격 상승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기계약은 주로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구매가격은 국제유가 지표 등에 연동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원유 도입 물량 자체에 당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정부 설명도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10월과 11월 원유 도입 물량을 지난해 월평균 수준 이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원유 수급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구매비용 부담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 원유값에 운임까지 상승…정제마진이 실적 좌우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원유 운송비용이다.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위험으로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까지 상승하면서 원유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원유 가격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유사 실적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로, 원유값이 올라도 휘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정유사들이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수출 물량 제한으로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11차 석유 최고가격을 4주간 추가 동결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석유제품 수출 물량도 지난해 같은 달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 공급가격과 수출 물량에 제약이 있는 만큼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확대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여부와 수출 제품 구성 등에 따라 기업별 실적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선 스팟 구매 비중이 늘어날 경우 단기적인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원유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구매계약 구조와 운송비용, 정제마진 변화가 향후 실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운임까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유사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제마진인데,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원유 조달비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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