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대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GV80을 선택했다. 시장 진입은 다소 늦었지만 기다린 만큼 높은 완성도로 결실을 맺었다. 저속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였고, 속도를 높일 때는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큰 차체를 여유롭게 이끌었다. 승차감과 정숙성까지 세밀하게 다듬어 제네시스다운 하이브리드를 완성했다.
최근 GV80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경기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등 약 150㎞ 구간을 달렸다. 시승차는 GV80 5인승 하이브리드 2.5 2WD 모델로 19인치 휠을 장착했다. 외장 색상은 세빌 실버, 내장은 울트라마린 블루·바하 베이지 조합이다. 파퓰러 패키지와 후석 컴포트 패키지,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 하이테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패키지 등을 적용한 차량 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9560만 원이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전면./사진=김연지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다양한 도로를 달리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매끄러운 동력 전환이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수시로 역할을 바꾸는데도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전환 시점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하이브리드차에서 간혹 나타나는 울컥거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외관은 기존 GV80의 웅장하고 세련된 비례감을 이어받았다. 새롭게 디자인한 G-매트릭스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부에 입체감을 더하고, 두 줄 헤드램프가 차체를 넓고 낮아 보이게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요란하게 드러내는 별도의 장식 없이 GV80 고유의 정제된 디자인을 유지했다.
실내는 실용성과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2열 발밑에 배치했으며, 수랭식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공랭식에 필요했던 실내 냉각팬과 공기 배출 덕트를 없앴다. 이를 통해 2열과 트렁크 공간을 유지했고, 연료탱크 용량도 기존 80L에서 76L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2열./사진=김연지 기자
GV80 하이브리드는 제네시스 최초의 후륜구동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엔진 시동과 발전을 담당하는 모터, 구동과 회생제동을 맡는 최고출력 59.1㎾의 모터를 결합했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으로 2.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약 16% 높다.
하이브리드 전용 7단 자동변속기도 새로 개발했다. 기존 고용량 후륜 8단 변속기를 바탕으로 구조를 최적화해 전체 길이를 줄이고, 내부에 두 개의 모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구동모터를 역방향으로 돌려 차량을 후진시키는 방식으로 별도의 후진 기어를 대신한다. 기존 차체와 실내 공간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설계다.
주행을 시작하면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곧바로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자 큰 차체가 전기모터의 힘으로 조용하게 움직였다. 제네시스는 지하주차장처럼 소음이 두드러지는 환경에서 출발한 뒤 약 시속 30㎞에 도달할 때까지 EV 모드를 적극 활용하도록 제어 로직을 설계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사진=김연지 기자
신호대기 후 출발하거나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리와 진동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엔진이 한 번 개입한 뒤에는 빈번하게 켜지고 꺼지는 움직임을 줄여 일정한 주행 감각을 유지했다. 저속에서는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중·고속에서 엔진이 작동할 때 다시 충전하는 방식으로 정숙성과 효율을 함께 챙겼다.
가속 반응은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명확하게 달라졌다. 평소에는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맞춰 차분하고 꾸준하게 힘을 쌓았다.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을 위해 페달을 깊게 밟으면 구동모터가 즉각 힘을 더하며 큰 차체를 주저 없이 밀어냈다. 자극적으로 튀어나가기보다 묵직하고 여유롭게 속도를 높이는 성격이다.
제네시스 자체 시험 기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1초다. 시속 100㎞에서 재가속할 때도 2.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약 18% 빠른 성능을 확보했다. 엔진만으로 출력을 끌어내기 위해 회전수를 급격히 높이는 과정이 줄어든 만큼 가속할 때 발생하는 소리도 비교적 정제돼 실내로 전달됐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측후면./사진=김연지 기자
승차감은 GV80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강점이다. 새롭게 적용한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쇼크업소버가 압축과 인장 때의 감쇠력을 각각 제어해 과속방지턱과 요철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통과한 뒤에는 차체의 상하 움직임을 빠르게 정리했다. 전후 스프링과 후륜 스태빌라이저 바의 강성도 높여 큰 차체가 여러 차례 출렁이거나 코너에서 과도하게 기울어지는 움직임을 억제했다.
코너링 구간에서도 늘어난 차체 무게로 인한 둔한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차체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꿨고, 코너를 빠져나온 뒤 자세를 되찾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제어 장치 등 무거운 부품을 앞뒤 차축 사이에 배치해 차체 균형을 유지한 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했다.
효율 개선도 분명했다. 19인치 휠을 장착한 2WD 5인승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12.0㎞/L로 2.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약 29% 높다. 실제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16.2㎞/L로 공인 복합연비를 웃돌았다. 주행 환경과 운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형 럭셔리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치였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트렁크 공간./사진=김연지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모델 2열 폴딩한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76L 연료탱크와 공인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번 주유해 최대 약 912㎞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제네시스의 설명이다. 기존 GV80 가솔린 모델의 연료비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에게 향상된 효율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할 분명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전기차의 편의 기능도 일부 가져왔다. 최대 3.6㎾ 출력을 지원하는 V2L을 통해 외부에서 가전제품과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이 모드를 이용하면 엔진을 작동하지 않고 고전압 배터리로 공조장치와 멀티미디어 등 차량 내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의 주행 경로와 도로 상황을 바탕으로 배터리 충전량과 주행 모드를 조절하는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도 적용했다. 스마트 회생제동은 과속카메라와 차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속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워셔액 분사구를 와이퍼에 통합한 플랫 블레이드와 차량 하부 사각지대까지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도 일상적인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가격은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개별소비세 5% 기준 시작 가격은 7680만 원이며, 시승차는 주요 패키지를 더해 9560만 원에 이른다. 연료비 절감만으로 가격 부담을 상쇄하기보다 정숙성과 승차감, 여유로운 동력 성능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GV80 하이브리드는 늦은 시장 진입을 높은 완성도로 만회했다. 변속기와 엔진, 배터리, 서스펜션을 폭넓게 손봤고, 그 변화는 지하주차장과 정체 구간, 과속방지턱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환경에서 쉽게 체감됐다. 이번 모델은 효율뿐 아니라 정숙성과 승차감, 동력 성능까지 제네시스의 기준에 맞춰 잘 조율한 첫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