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원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안전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듐이온 배터리다. 그러나 저렴한 원료가 실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정말 안전한지는 여전히 따져볼 문제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기대와 현실을 경제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소듐이온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경제성과 함께 안전성이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폭발 위험이 낮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에선 이 같은 기대와 상반된 결과가 확인됐다. 일부 실험에서 소듐이온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낮은 온도에서 열폭주를 시작하고 더 많은 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듐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 오창의 마더팩토리에서 현재 가장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소듐 이온 배터리"라며 "연내 ESS향 샘플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 중 북미 고객향 테스트 제품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업계가 소듐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하는 배경엔 안전성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듐이온 배터리는 순간적인 발열량이 적고 화재·폭발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 같은 특성 때문에 ESS용으로 적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 낮은 온도서 열폭주…기대와 달랐던 실험 결과
다만 이 같은 업계의 기대가 실제 실험 결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소듐이온 배터리는 LFP보다 낮은 온도에서 열폭주를 시작하고 안전밸브가 열린 이후 열폭주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의 연쇄적인 발열 반응으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으로, 가연성 가스 배출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외형 크기가 같은 185Ah 소듐이온 배터리와 314Ah LFP 배터리에 외부 열을 가하거나 과충전하는 방식으로 열폭주 특성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외부 점화원이 없는 상태에서 500W의 열을 가했을 때 소듐이온 배터리는 약 63.6도에서 열폭주를 시작했다. 같은 조건에서 LFP 배터리의 열폭주 개시 온도는 136.8도로, 소듐이온 배터리보다 73.2도 높았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안전밸브가 열린 뒤 강한 분출 화염을 발생시킨 반면 LFP에서는 연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과충전 실험에선 소듐이온 배터리가 LFP보다 높은 충전상태까지 견뎠지만 안전밸브가 열린 뒤 열폭주가 발생하기까지 약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과충전 자체를 견디는 능력과 이상 징후가 발생한 이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연구진은 열폭주 특성과 조기 경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실험에 사용된 소듐이온 배터리의 종합적인 열폭주 위험 수준이 LFP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 가스 배출량 LFP의 2.84배…폭발 가능한 가스 농도 범위는 좁아
올해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선 소듐이온 배터리가 LFP보다 낮은 온도에서 열폭주를 시작하고 더 많은 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격용량이 각각 200Ah인 소듐이온, LFP,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열폭주와 가스 발생 특성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소듐이온 배터리는 LFP보다 낮은 온도에서 열폭주를 시작했으며 순간적인 압력도 높게 나타났다. 열폭주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 배출량은 LFP의 약 2.84배에 달했다.
배터리에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밀폐된 공간에 축적되면 압력이 높아지고 점화 조건에 따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다수의 배터리 셀이 밀집된 ESS에서 가스 배출 특성이 중요한 이유다.
다만 가스의 폭발 특성을 분석한 결과 소듐이온 배터리는 LFP보다 폭발 가능한 가스 농도 범위가 좁았다. 배출량은 많았지만 일부 폭발 위험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보인 것이다.
◆ 경제성·안전성 과제에도…새로운 돌파구 모색
소듐이온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에 이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배터리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배터리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도 기존 기술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한 실정이다.
소듐이온 배터리가 기존 배터리를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사용 환경과 용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실제 시장 확대로 이어지려면 경제성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만큼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듐이온 배터리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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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