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는 속에서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핵심 대형 기술주의 실적 부진에 이어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원금 회복을 노리며 초고위험 상품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자금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 압박에 직면한 것이다. 하락장을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레버리지 상품에 공격적인 베팅을 거듭해 온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복구가 힘든 구간까지 손실률이 커졌을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는 속에서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의 보관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하지만 최근 증시 조정 국면과 맞물려 체감 손실률이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들이 오랜 기간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대거 매집해 온 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흔들림이 전체 투자 심리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와 함께 국내 투자자들의 핵심 보유 종목 상위권을 지켜온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은 대표적인 사례다. 서학개미들이 수개월간 꾸준히 사들이며 약 9조원 대에 이르는 막대한 평가액을 형성해 온 알파벳은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단기간에 가파른 하락세를 탔다. 든든한 방어주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글로벌 대형 기술주의 실적 변동성이 오히려 계좌 평가손실의 주원인으로 바뀐 셈이다.
이 같은 대형주의 부진 속에서 낙폭 과대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고위험·고수익 레버리지 시장으로 몰려간 자금의 타격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자주 손꼽히는 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SOXL의 보관금액은 약 6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8조2000억~8조9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테슬라, 엔비디아, 알파벳에 이어 미국 주식 전체 종목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과정의 급격한 공격성이다. 반도체 섹터의 주가가 가파르게 내릴 때마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기 위해 SOXL에 대한 대규모 순매수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 동안에만 SOXL 한 종목에 집중된 순매수액은 약 33억5000만 달러에 달해 한화 약 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동기간 전체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의 약 90%에 달하는 수치다.
기대와 달리 시장 불확실성 장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손실 또한 3배로 증폭되는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문제가 최근 들어 복구 불가능한 수준의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이 단 10%만 조정을 받아도 레버리지 계좌에서는 30%를 훨씬 상회하는 원금 타격이 누적되는 복리 효과의 역습이 펼쳐진 것이다.
열흘 안팎의 짧은 조정 기간 동안 SOXL의 주가는 고점 대비 40% 이상 폭락하며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과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이 맞물린 최근 국면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3배수 레버리지 ETF 투자는 사실상 원금전액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전제하면서 "반도체 지수가 원래 구간으로 회복되더라도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계좌손실은 단기간에 복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