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한국은 왜 기부에 인색한가…'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세계적인 석학인 프랑스 사회학자 기 소르망(70)의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 번역, 출간됐다.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부의 천국'인 미국에 머무르면서 현지 기부 문화를 취재한 기록이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주도록 교육받고 실천해왔다. 벤저민 프랭클린, 록펠러, 포드,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성공한 미국인들은 기부재단을 설립한다.
보통사람들도 금품기부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자원봉사에 적극적이다. 미국 성인의 90%가 기부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70%가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는 자원봉사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르망은 모든 기부가 착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어떤 정치인이나 기업인, 유명인들은 기부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거나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 예다.
그는 선행을 자랑삼는 일부 기부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양상 또한 사회가 돌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들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소르망은 2일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여태까지 저지른 내 실수를 보상하기 위해 이번 책을 냈다"며 운을 뗐다.
"정치·사회적인 삶이 국가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의 충돌로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 번째 축을 발견했다. 후한 인심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후한 인심이 사회 구성의 창문과 같은 역을 한다. 국가와 자본주의가 못하는 것을 해준다. 국가의 혜택이든, 자본주의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결과론적으로 돕게 된다."
"한국이 특히 이에 해당된다"고 봤다. "민간의 개인적인 기부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사회 연대의 책임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민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개인 기부 문화가 활발하지 못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 테스트가 가능하다." 미국에서 기부 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피고, 이를 어떻게 접목시킬 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많은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한국은 기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더 나은 사회로 발전 가능하다."
이날 소르망과 함께 자리한 네이버 온라인 기부포털인 해피빈의 권혁일(46) 이사장은 "해피빈 초반에 한국은 정을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기부가 잘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10년 가까이 운영해오면서 기부 문화에 대해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자문위원을 맡는 등 지한파인 소르망은 한국은 미국과 서유럽 복지국가 사이에 놓여 있다고 파악했다. "미국은 종교를 바탕으로 한 기부 문화가 잘 발달됐다.
프랑스 같은 서부 유럽은 종교가 19세기 중반부터 쇠퇴하면서 공공적인 사회 연대가 강해졌다. 복지가 무한대로 개발된 프랑스의 경우 민간 경제가 파괴될 수 있다. 정부도 자체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민간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특히 기부에 대한 조세 혜택이 낮은 국가다. 민간은 박애주의를 중요시해서 국가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야 한다."
지금 왜 기부를 논하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이 성숙했고, 이 논의를 이끌어낼 최적의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아직 복지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노동 시장이 너무나 불평등하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미래가 보장되고, 교육비를 대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된다. 15년 전부터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개선이 느리다. 사회의 양극화가 한국의 현상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모두에게 말했다.
당파와 상관 없이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이 기반이라고. 기부는 국가가 그럼에도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박애주의적 기부활동이 제3의 영역을 지탱할 수 있다." 안선희 옮김, 332쪽, 1만3600원, 문학세계사